[서초동MSG] '도벽'은 질환일까 범죄일까⋯법원 판단은

입력 2025-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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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챗GPT 이미지 생성)
(챗GPT 이미지 생성)

최근 성시경 등 연예인들이 매니저들의 충격적인 일화를 고백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연예인들의 과거 절도 피해 사례도 재조명되는 가운데, 가수 규현은 "도벽이 있는 매니저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적 도벽'은 경제적 가치나 즉각적인 사용 목적이 아닌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데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것을 주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재판에 서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한 의뢰인은 물건을 훔치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재미를 끊어내지 못하겠다며 찾아왔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 화목한 가정도 꾸렸지만, 작은 인형 같은 소소한 물건을 슬쩍하는 데서 오는 짜릿함이 있다고 했다. 훔친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들키지 않고 챙겨 나오는 순간의 쾌감을 느낀 셈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다섯 번쯤 반복되자 더는 구속을 피할 순 없었다. 피해자 측과 어렵게 합의를 해도, 이미 쌓여 있던 전과 탓에 판사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도 약속을 깨고 절도를 반복하는 그를 외면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의뢰인은 격이 있는 곳을 절도 행위 장소로 삼았다. 그는 "이왕 할 거면 강남 패션 매장에서 훔쳐야 한다"고 했고, 대형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절도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독특한 쾌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연출된 장면을 스스로 보기 위해 장소를 따진 것이다.

그는 범죄가 발각되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당시 강남의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직영점이었다. 외국계 브랜드의 경우 해외 본사와 직접 협의에 나서야 했다. 손해액은 소액이었지만, 절차가 매우 복잡해 담당 변호사만 발을 동동 굴렀다는 후문이다.

법원은 이 같은 반복적인 절도 사건에서 피고인의 정신적 요인을 매우 중요하게 살핀다. 피고인에게 충동조절 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고, 그 병적 충동이 범행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될 경우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한다. 실제 치료적 관점에서 접근해 치료명령을 부과하거나 보호관찰과 병행한 정신과 치료를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면 절도의 동기가 명확히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이거나, 일정한 패턴을 갖고 반복되는 등 병적 충동보다 상습성이 두드러진다면 법원은 이를 가중처벌 요소로 판단한다. 똑같이 여러 번 훔쳤더라도, 범행의 구조가 계획적이고 목적이 명확하다면 치료 대상이 아니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법원이 모든 반복 절도를 '도벽'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전문의 감정, 진단서, 치료 이력, 범행 시의 인지·충동 상태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은 병적 원인으로 인정한다. 반복의 원인이 병적 충동인지, 단순한 범죄적 습관인지의 경계가 판결을 가른다.

이보라 변호사는 "절도 사건에서 정신과적 요소는 처벌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짓는다"며 "도벽이라는 단어 하나로 단순화하기에는 개인의 심리, 병리, 생활 환경 등 모두가 얽혀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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