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무대의 한가운데 필자도 있었다. 농업 관련 전공도, 집안의 대를 잇는 농가도 아니었지만 심리상담을 하다 치유농업의 가치를 발견하며 농촌으로 들어갔다. 쌀로 그림을 그리고, 지역 청년들과 농촌 파티를 열고, 버려지는 농산물에 새 가치를 부여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그 시절 필자는 방송과 신문을 오가며 ‘스타농부’로 소개됐다. 그러나 그 자리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타’가 아닌 ‘농부’로 남기로 했다. 지금도 지역 주민과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치유농업을 실천하며 묵묵히 현장을 지킨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함께 이름을 올렸던 수많은 청년 스타농부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의 농장은 여전히 남아 있을까. 아니면 정책의 조명이 꺼지면서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닐까.
실제로 많은 청년들은 단기 지원 중심 구조 속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원이 중단되자 생산비 상승과 판로 불안, 농지 접근성 문제를 버텨내지 못한 농가도 많았다. 농업경제학적으로 청년 농업인이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대다수 정책은 1~3년 단위 사업으로 종료된다. 생산기술·유통망·금융·교육·멘토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은 ‘정착’이 아니라 ‘버티기’를 반복하여 수치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농업협동조합(JA)과 지자체, 중앙정부, 일부 민간기업이 각자 역할을 나누어 청년·신규취농을 지원하는 다자 협력 구조이다. 유럽연합의 공통농업정책(CAP)은 청년농에게 단순 현금보조만 하는 게 아니라, ‘청년농 추가직불(CISYF)·창업지원·투자보조·컨설팅·농업경영 자문·교육·협동조직 참여 지원’ 등을 패키지로 설계하도록 회원국에 요구한다.
토지 임대는 각국이 토지이동·임대 활성화를 위한 세제, 금융, 토지이동중개(Land mobility schemes 등)를 설계하는 형태이고, 지속가능성 평가는 경영컨설팅·환경·기후 관련 조건부지급 및 농장 단위 지속가능성 평가 연구·도구와 결합되어 있다. 청년농 정책은 단일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청년농 정책은 이 지점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청년을 ‘포스터 속 모델’로 만드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생산 주체로 정착시키는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 농업은 유행으로 존재할 수 없다. 청년 역시 잠깐의 기획이 아니라, 한 세대의 농업을 지탱할 주체여야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빛이 꺼진 뒤에도 농부가 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초적인 힘이다.
정책은 ‘스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세대의 농부가 살아남을 흙과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 흙이 단단해야만 청년은 떠나지 않고 남아 또 다른 농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