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설동훈의 사회읽기] ‘숙의 민주주의’ 회복력 다질 때

입력 2025-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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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계엄1년 맞았지만 ‘내란공방’ 치열
교육·미디어 개혁해 성찰시간 갖고
타협·양보로 성숙사회 도약 꾀해야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계엄’이라는 두 글자가 다시금 정치의 언어로 소환된 날이다. 국가 공권력이 헌법 질서를 우회하려 했던 그 시도는, 역설적으로 평범한 시민의 일상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흘렀다.

오늘 우리는 그날의 충격을 단순히 회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난 1년은 단순한 상처의 회복기가 아니었다. 한국사회에 깊숙이 배어 있던 혐오와 차별·배제의 정치가 위기 속에서 어떻게 동원되고, 또 시민의 힘으로 어떻게 복원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 ‘학습의 시간’이었다.

계엄 선포 직후 4개월간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혐오의 전장’이었다. 온라인 공론장은 지역·성별·출신을 향한 조롱과 비방으로 뒤덮였고, 극우 유튜버 등 특정 정치세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나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국가 위협 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이는 우발적 감정 배출이 아니었다. 혐오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해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기획된 전략이자, 의도적으로 생산·확산된 구조적 폭력이었다. 찬탄과 반탄으로 나뉘어 극단적 주장이 광장에서 충돌했다. 누군가 만들어낸 혐오가 집단 심리를 자극하며 확대 재생산된 과정은 한국사회의 취약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극단의 언어는 결국 물리적 폭력으로 전이되었다. 2025년 1월 19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 절차에 반발한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다. 그들이 취재진과 시민을 폭행한 사건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그 폭력의 장면은 ‘혐오는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여기에 ‘북한 지령설’ 같은 음모론까지 덧씌워지며, 가짜뉴스는 확증편향을 넘어 사회적 흉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또렷했다. 거리에서는 헌정 질서를 지키려는 시민의 촛불이 다시 타올랐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거짓 정보의 파도 속에서 사실이라는 닻을 내렸다. 민주주의가 총칼 앞에 무너지지 않고, 시민의 참여와 감시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정적인 장면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에서 나왔다. 재판관 8 대 0 전원 일치의 위헌 결정. 헌재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단호히 확인하며 헌정 질서를 뒤흔든 시도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역시 전원 일치로 인용되었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는 주문이 낭독되던 순간,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적 회복탄력성’을 갖추었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그러나 1주년을 맞은 오늘, 우리의 눈앞에는 두 개의 풍경이 겹쳐 있다. 헌법과 민주적 절차로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시민의 모습, 그리고 혐오와 배제를 동력 삼아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의 어두운 그림자다. 계엄 및 내란 시도에 대한 사법처리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극우세력은 “12·3 계엄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궤변을 반복하며 성찰을 거부하고 있다.

이제 국가와 시민사회는 한층 더 단호해져야 한다. 계엄을 옹호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혐오의 정치’가 가능한 사회적 토양을 바꾸기 위한 교육·제도·미디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인의 일상 곳곳에 뿌리내린 독재의 향수와 혐오의 관성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12·3은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한 ‘승리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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