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좋은 답'을 찾으라고 말하는 사회, 프랑스는 '좋은 질문'을 찾으라고 말하는 사회."
이 두 사회의 간극을 정면에서 다루는 프랑스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이 26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눈 덮인 속초 해변과 시장 풍경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대사를 주고받는데도 '프랑스 영화'로 분류돼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혼혈 주인공 수하(벨라 킴)가 있다. 속초에서 자라 펜션에서 일하는 수하는 프랑스인 손님 얀 케랑(로쉬디 젬)을 맞으며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영화는 두 인물의 미묘하고 담백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수하는 한국인 어머니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프랑스어는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스스로 배워온 언어다. 그의 이러한 정체성 서사가 영화가 프랑스 작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영화는 스위스·프랑스·한국을 오가며 자란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 역시 혼혈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 주인공 수하의 감정과 혼란에는 자신의 경험이 깊이 스며 있다. 소설은 2016년 출간 직후 로버트 발저 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속초가 주요 배경이 된 이유도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뒤사팽은 2011년 늦가을 처음 방문한 속초 해변에서 프랑스 노르망디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비수기 특유의 고요함과 북한 인근이라는 '경계의 분위기'가 자신의 혼혈 정체성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프랑스계 일본인 기무라 고야 감독은 2023년 촬영 당시 이미 달라진 속초의 모습을 원작 작가와 상의한 끝에 "변화하는 수하의 감정과 함께 담아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소설의 내면 묘사를 화면으로 옮기기 위해 인서트 컷과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수하가 욕실 거울 앞에서 붓으로 자신의 얼굴과 몸을 천천히 쓰다듬는 장면은,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다.
수하에게 외모 지적을 반복하는 어머니 역시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혼혈 정체성뿐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압박까지 함께 비춘다.
이번 작품이 첫 연기 데뷔작인 벨라 킴은 속초와 프랑스를 모두 경험한 배경 덕에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