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AI 슬롭’ 시대 ⋯ 창작의 가치 3요소

입력 2025-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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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슬롭(Slop).’ 먹을 수 없는 찌꺼기를 뜻하는 단어였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쏟아내는 무가치한 콘텐츠를 상징한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까지 AI가 장악하고, 하루에 수백만 개를 생성한다. 콘텐츠 생태계는 AI에 의해 50% 점유되고 있고, 2026년은 그 비율이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정보의 대부분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의 산물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창작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구분·보상·균형’의 세 가지 방향성으로 압축된다.

첫째, 구분 즉 창작의 출처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AI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인간이 핵심 창의 결정을 내린 콘텐츠라면 ‘Human-in-AI Creation’으로, 인간의 창의 개입 없이 생성된 콘텐츠는 ‘AI Only’로 표시해야 한다. 그 실행으로 OGQ는 H(Human), HAI(Human+AI), AI(AI Only)로 나누는 3단계 출처 표기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단순한 꼬리표가 아니라, 창작의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AI가 점점 더 정교해지는 시대일수록,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출처의 투명성은 콘텐츠의 신뢰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둘째, 보상이다. 우리의 창작은 더 이상 생산량으로 경쟁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작품에는 AI가 모방할 수 없는 감정, 경험, 서사, 그리고 불완전함의 미학이 존재한다. 그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창작 활동 자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OGQ는 이를 ‘인간 창작 기본소득(Creator Basic Income)’이라고 부른다. 창작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창작 활동을 하면, 작품이 판매되지 않더라도 토큰이나 포인트 형태로 기본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를 예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익 분배를 넘어, 사람이 만든 것의 희소가치를 지켜주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이다.

셋째, 균형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폭증하는 시대일수록, 사람과 AI의 공존을 설계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무가치한 콘텐츠가 시장을 뒤덮으면 결국 사용자도 피로감을 느끼고, 진정한 창작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AI 슬롭 필터’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무가치하거나 중복된 콘텐츠를 자동으로 탐지해 노출을 제한하는 기술로, 창작자의 신뢰지수와 연동되어 플랫폼 내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AI 활용 비율, 저작권 위반율, 팬수, 조회수 등을 종합 평가해 창작자별 신뢰도를 수치화한 ‘Creator Quality Index(CQI)’를 도입해, 사용자가 콘텐츠의 출처와 품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구분·보상·균형의 시스템은 단순히 콘텐츠를 관리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AI 시대에도 우리의 창작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새로운 문화적 장치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감정과 윤리, 그리고 의미의 맥락은 대체할 수 없다. 결국 예술과 창작의 가치는 도구의 효율이 아니라, 인간이 담는 의도와 표현에서 나온다. 사람의 상상력은 더욱 귀해지고 기술이 아닌 감정과 의미, 그리고 삶의 경험이 창작의 마지막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이에 정부, 기업, 그리고 크리에이터 모두가 함께 ‘원칙 있는 AI 창작 운동’을 선언해야 할 때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면, 인간은 그 세상의 가치를 정의하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

AI 슬롭 시대를 지나며, 우리는 사람과 AI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초입에 서 있다. 그 길 위에서 우리의 창작이 존엄을 잃지 않도록, 그리고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도록 ‘구분·보상·균형’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창작을 지키는 길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문화다.

신철호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데이터, 플랫폼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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