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졸거나 공개 일정 시간이 줄어드는 등 노화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슬리피(sleepy) 조'라며 고령 문제를 공격해 온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서도 유사한 징후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게시물, 기자들과의 거친 논쟁, 장시간 연설 등을 통해 여전히 강한 에너지를 내보이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는 에너자이저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79세라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6일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비만약 가격 인하 발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자놀이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거의 감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부 순간에는 고개가 떨어지며 잠깐씩 졸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해당 장면은 행사 시작이 정오 무렵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피로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공개 일정 자체도 크게 줄었다. NYT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일인 올 1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1029건의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1기 취임 직후 같은 기간(2017년 1월 20일~11월 25일) 1688건보다 39% 감소한 수치다.
정치 정보 사이트 '롤콜'의 일정 분석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일정 평균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 31분이었으나, 2기에서는 평균 낮 12시 8분으로 1시간 이상 늦춰졌다. 하루 활동 종료 시각은 두 시기 모두 오후 5시 직후로 비슷했지만, 시작 시간이 뒤로 밀린 만큼 전체 공개 일정은 짧아진 셈이다.
건강 관리 방식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간은 태어날 때 정해진 총량의 에너지를 갖는다"는 개인적 신념을 바탕으로 격렬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붉은 고기와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에는 그의 오른손 손등에 멍으로 보이는 짙은 자국과 발목 부종이 관찰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체력·고령 문제를 꾸준히 비난해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도 "바이든은 낮에도 밤에도 해변에서도 늘 잠만 잔다"며 '슬리피 조'라고 조롱하고 "나는 잠을 안 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바이든보다 3.5살 어린 트럼프 역시 노화를 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백악관이 바이든의 인지 저하를 언론으로부터 숨긴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건강은 여전히 매우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