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 5년 만에 증가…‘성과 보상’으로 조직 에너지 되살린다
사장단 인사 이어 실행 라인 정비…조직개편·보직 인사도 초읽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 등 미래 기술을 이끌 차세대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기술 중심 인사’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성과주의 원칙 아래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 인사를 집중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중장기 경쟁력 재정비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 기술 초격차 회복과 도전 문화 복원을 인사 차원에서 구체화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25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Fellow) 1명, 마스터(Master) 16명 등 총 161명이 승진했다. 지난해 정기 인사(총 137명)보다 24명 늘어난 규모다.
이번 인사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국면 진입, AI 인프라 경쟁 가속 등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전방 수요 불확실성 등 복합 변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인력을 선제적으로 재배치해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앞서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안정 속 변화’ 기조를 택한 바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바이스경험(DX) 축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사업은 세대교체 신호를 줬다는 평가다. 이번 임원 인사는 당시 사장단 인사의 연장선에서 실무 라인을 재정비하는 단계로, 조직 전반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 규모는 2021년 214명을 정점으로 감소 흐름을 이어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AI·반도체 중심 산업구조 재편 속에서 기술 인력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다시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부문별로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92명,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69명이 승진했다. DX부문은 AI, 로봇, 스마트 디바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지능화, 생성형 AI, 로봇 플랫폼 등 미래 기술 역량을 보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폴더블, TV, 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도 상품 기획, 개발, 상용화 현장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DS부문에서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단 공정, 차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재들이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로봇,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요 사업분야에서 경영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을 승진시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연공과 서열보다 성과와 성장성을 중시하는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기술 분야에서 차세대 인재 풀을 확장하는 동시에 조직의 세대 전환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진 구성을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 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AI 관련 조직 확대, 미래사업 전담 조직의 역할 강화 가능성 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반도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간 연결 구조가 어떻게 설계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삼성 전자 계열사들도 이날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총 23명을 승진시키며 지난해보다 인사 폭을 다소 넓혔고,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각각 8명씩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들 역시 미래 기술과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인사 기조로 내세우며 삼성전자와 방향성을 같이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사장단 인사보다 임원 인사 폭이 커진 것은 인재 유출을 막고 내부에 ‘성과 보상 신호’를 분명히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1970~80년대생 기술 인재와 젊은 인재를 전략적으로 전진 배치한 점이 ‘뉴삼성’ 인사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