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국고채 금리도 비슷한 시기에 2.5% 수준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빠르게 상승하며 현재 3.3%에 육박하고 있다. 국고채를 중심으로 한 시장금리의 급등은 예금 금리에도 영향을 주는 바, 근래에는 다시금 정기예금 금리가 3%에 육박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반등하는 등 일반 금융 소비자들도 체감할 정도가 되었다.
단기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금리 급등 현상, 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시장금리의 저점이었던 지난 2분기만 해도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매우 강했다.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연 2.5%까지 낮춰진 기준금리가 내년 초까지 1%대 후반까지 낮춰질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이 커졌던 때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성장, 물가, 환율, 그리고 가계부채의 네 가지에 주목한다. 지난 2분기만 해도 2025년도 국내 성장률 전망은 0.8%로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논쟁, 탈달러 움직임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큰 폭 하락하며 달러당 1350원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성장 부진과 물가 및 환율의 안정은 경기 부양 차원에서 한국은행의 적극적 기준금리 인하를 자극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에, 당시 서울 부동산 가격 불안으로 인한 가계 부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4분기 들어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네 가지 요소들은 크게 변화했다. 우선 상반기 추경 영향과 예상 외의 호조세를 보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개선으로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약 1.8%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조속한 금리 인하를 필요로 하는 부진한 성장률 레벨과는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4%로 큰 폭 반등하며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인 2.0%를 재차 넘어섰는데,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분기와는 달리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7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 수준까지 급등하는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바,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하지 않은 과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6·27대책 및 10·15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진다는 기대감이 형성된다면 재차 부동산 가격 불안 및 가계 부채 급증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이상을 통해 보았을 때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제한하는 요인들이 지난 2분기와는 달리 크게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채권시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 시장금리는 선제적으로 큰 폭 하락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곤 하는데, 이에 2분기에 큰 폭 하락했던 시장금리가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약해지며 다시금 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바뀐 성장 전망과 물가 및 환율의 불안, 그리고 가계 부채까지, 시장금리를 흔드는 복합적 요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