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Y한영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상장 전후 전 과정을 아우르며 회계·공시 리스크를 통째로 관리하는 ‘러닝메이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IPO 지원 서비스를 본격화한 것은 2018년 전후로, 감사 부문에서 마켓·IPO 업무를 총괄하는 박정익 본부장(전무)과 코리아캐피탈 마켓리더 엄재용 부실장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지정감사와 회계 자문을 축으로 한 IPO 전담 라인이 본격적으로 구축됐다. 이후 2020년부터 상장 관련 회계자문 업무가 본격화됐고, 2021년부터는 상장 감사·비감사 업무가 빠르게 누적되며 현재의 ‘IPO 플랫폼’이 완성됐다.
박 본부장은 EY한영의 차별화 포인트를 글로벌 네트워크와 IPO 딜 경험에서 찾는다. 그는 “EY는 전 세계에서 IPO에 가장 특화된 회계법인”이라며 “글로벌은 물론 한국 IPO 시장에서도 감사와 비감사를 포함한 관련 통계에서 1등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Y한영은 2023년부터 글로벌 IPO 트렌드를 분기 별 뉴스레터로 정리해 배포하고 있다. 이 리포트는 해외딜 뿐 아니라 국내 거래소의 상장 심사·유치 과정에서도 참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략 컨설팅 계열사인 ‘EY-파르테논’과의 협업도 강점이다. EY-파르테논은 상장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정교화하고, 그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바탕으로 에쿼티 스토리와 장기 플랜을 짜는 역할을 맡는다. 박 본부장은 “반도체 설계사, 소프트웨어·AI 기업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섹터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들이 포진해 있어 사업 계획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평가)을 함께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엄 부실장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근무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보더(capital markets)’ 역량이다. 엄 부실장은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SEC 근무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EY한영은 국내 상장 뿐 아니라, 해외 상장이나 국내·해외 동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구조 설계에도 관여하고 있다. 엄 부실장은 “IPO를 위한 행정적 절차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다만 상장 목적지가 한국인지, 미국·일본·영국 등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상장 요건과 허용 공모 규모, 예상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검토할 때 가장 많이 놓치는 포인트로 ‘세무’를 꼽는다. 법률·회계 자문은 받으면서도 세무 구조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아 추후 구조를 다시 손 보거나 추가 세금 부담을 떠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엄 부실장은 한국 세법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해외 세법·회계기준 간 차이, 투자자 국적에 따른 세제 혜택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한 구조 설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상장제도의 특징과 한계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의 짧음’을 핵심으로 짚었다. 국내외 상장 규정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과 미국은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시간과 안정성’은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엄 부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상장 기업일 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선으로 정확하게 감사를 하라는 취지에서 지정 감사인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감사인이 바뀌는 타이밍이 갑작스러워 신규 감사인 입장에선 감사 난이도가 높고, 그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생긴다”며 “상장 준비 기간도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짧다”고 말했다. 비상장 단계에서부터 회계·세무·지배구조를 장기적으로 정비하기보다는, 상장 심사를 앞두고 지정감사인 교체와 함께 단기간에 모든 과제를 ‘몰아서’ 처리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회계법인과 기업 모두에게 리스크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상장 규제의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IPO 시장 전반에 일정 부분 유연성을 부여하는 한편, 블록체인·디지털자산과 코로나19 당시 급증했던 스팩(SPAC) 딜에 대해서는 사후 혼선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며 전통 IPO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도 개편 시점마다 여러 영역의 규정을 한꺼번에 크게 손 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엄 부실장은 IPO 여정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그는 “IPO 과정에서 주관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많은 러닝메이트들이 상장이라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다 같이 움직인다”며 “다만 IPO가 끝나면 러닝메이트였던 주관사·법무법인·다른 자문사들은 대부분 빠지지만, 감사인은 상장 이후에도 재무제표와 내부통제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장 이후의 비용과 시간을 고려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로드맵에 대해 박 본부장은 “내년에는 크리덴셜을 더 탄탄히 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체 IPO 세미나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대학·거래소와의 공동 교육을 통해 예비 상장사와 생태계 플레이어들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EY한영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지방 세미나, 상장사·예비 상장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도 과제로 제시됐다. 박 본부장은 캐피탈마켓팀 인력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섹터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들이 IPO 전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큰 그림의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증권시장 매력이 커져서 여기에 역으로 들어오는 해외 기업들을 보고 싶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을 키워 해외 우량기업을 유치하는 데까지 역할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