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VKOSPI 40선 돌파 '불안 심리 최고조'
4월 탄핵 직후 7개월 만에 최고치
“반등에도 리스크 관리 필수”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실적 발표가 촉매가 되면서 20일 코스피가 가파르게 반등해 다시 4000선을 되찾았다. 최근 이틀간 급락했던 시장은 반도체 대형주의 강한 회복세에 힘입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러나 지수 상승과 달리 시장 내부 불안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이달 들어 연거푸 40선을 넘어서면서 경고등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5.34포인트(pㆍ1.92%) 오른 4004.85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4046.78까지 상승했으며 대형 기술주와 AI 반도체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4.25% 급등한 10만600원, SK하이닉스는 1.60% 오른 57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20.62p(2.37%) 오른 891.94로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456억 원, 7620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개인은 1조 3917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다만 변동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VKOSPI는 이달 들어 30대 후반에서 40선에 근접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향후 30일간의 예상 변동성을 산출하는 지수다. 주가가 급락하거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오히려 급등하는 구조다. 수치가 30을 넘으면 고변동 구간, 40을 넘어서면 외국인 헤지 수요가 급증하고 개인 투자자는 장중 출렁임에 직접 노출되는 ‘위험영역’으로 평가된다.
VKOSPI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41.88을 기록해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해 VKOSPI가 가장 높았던 날은 4월 7일(44.23)이다. 이는 직전 영업일(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처음 열린 거래일로,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하며 ‘블랙먼데이’로 기록됐던 시기다.
19일 VKOSPI는 종가 기준 39.51, 장중에는 41.71까지 뛰며 다시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 이날 코스피는 3929.51로 마감하며 4000선이 다시 무너졌다. 20일에도 VKOSPI는 35.97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연중 중반 평균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불편한 반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변동성은 안정적이었다. 7월부터 10월까지 VKOSPI는 18~24 수준에서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11월 들어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 정책 변수, 외국인 수급 변화가 겹치며 지수가 작은 뉴스에도 크게 흔들리는 고변동 장세로 빠르게 전환됐다.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은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를 강화하지만, 레버리지ㆍ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는 장중 급등락의 위험에 직접 노출된다. 지수는 반등했지만 실제 체감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이 10월 말 11.7배에서 10.3배까지 낮아지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게 완화됐다”며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선행 EPS가 13%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이익 사이클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지수의 중기 상승 경로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단기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