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찍은 후 한 달 새 급격한 추락
19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위험자산 투자 분수령
비트코인과 상관관계 높아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지 한 달 남짓 만에 연초 이후 쌓았던 30% 넘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상자산 친화 기조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식은 데다가 기술주들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은 영향이다. 월가에서는 19일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이 글로벌 증시는물론 가상자산 방향까지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일시적으로 약 9만3714달러까지 밀리면서 지난해 말 종가를 밑돌았다. 비트코인 가격 9만4000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4월 이후 약 반년 만에 처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지난달 초만 해도 12만625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관련 발언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뒤 하락 추세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확산하자 기술주 전반이 조정을 받았고 비트코인 역시 그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매슈 호건 비트와이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전체가 위험회피 모드로 돌아섰다”며 “가상자산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일종의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존재였다. 가장 먼저 반응한 시장이 바로 이곳”이라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향후 흐름은 엔비디아의 회계 3분기(8~10월) 실적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의 핵심축인 엔비디아는 기술주뿐 아니라 AI 활용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확충에 연관된 여러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테마주 역할을 해왔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어마어마하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뉴욕증시 S&P500지수에서 8.5% 비중을 차지하는 데 이는 하위 24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비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트코인 가격과 엔비디아 주가는 매우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분석에 따르면 둘의 상관관계는 0.75로 매우 높았다. 샘 쿨링 99비트코인닷컴 수석편집자는 “엔비디아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 간의 지속적인 상관관계는 두 자산 간의 실질적인 연관성보다는 위험 선호 심리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특히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식시장에서 빅테크 기업으로 취급받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장이나 미래에 대한 긍정적 논조가 확인된다면 ‘AI 거품론’이 잠잠해지고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회복될 전망이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기술주 조정이 가팔라지고 AI 거품 붕괴론이 불붙을 수 있다. 이 경우 비트코인은 한 단계 더 큰 하락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548억 달러(약 80조 원)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6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