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안병억의 유러피언 드림] 쇠락하는 英 ‘더시티’ 날개가 없다

입력 2025-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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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군사학과 교수·국제정치학

기업공개 급감에 런던증시도 위축
낮은 성장률로 투자자금 유입줄어
규제완화 흐름…경쟁력 회복 주목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 중심가에 있는 세인트폴스 대성당, 런던타워와 런던브리지일 것이다. 대표적인 수도의 명소는 모두 다 ‘더시티(The City)’에 있다. 런던에 32개 구가 있는데 더시티는 별도의 자치구여서 명예시장도 있고 자치 경찰도 보유 중이다. 또 영국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산업이 밀집해있다. HSBC, 골드만삭스 등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이곳에서 영업 중이다. 이 때문에 더시티는 금융서비스산업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더시티는 2023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의 12%를 차지하며 흑자를 기록 중인 효자산업이다. 대규모 적자를 지속해 온 상품교역과 대비된다.

그런데 영국을 대표해온 더시티가 21세기 들어 점차 쇠락 중이다. 정부는 규제완화에 힘쓰며 쇠퇴를 저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러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쉽지 않다.

글로벌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는 런던증시서 철수를 검토했으나 정부의 극구 만류로 한 발 양보했다. 대신 주거래소로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했고 2차 거래소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잔류했다. 이 제약업체는 상장회사 가운데 시가 기준으로 100대 기업의 지수를 모아놓은 FTSE100에 속한다. 주가는 약 128파운드, 24만 원 정도를 오르내린다. 반도체 칩 설계회사 암홀딩스(Arm Holdings)도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런던에 상장됐다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후 상장 철회됐다. 영국 정부의 끈질긴 재상장 설득에도 이 회사는 2023년 미국 나스닥을 선택했다.

많은 기업들이 자본시장 규모가 커서 자본조달이 용이한 미 증시를 택하는 바람에 런던증권거래소는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런던증권거래소에서의 기업공개(IPO)는 2억4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나 감소했다. 미국은 같은 기간 540억 달러를 기록했다. IPO 기준으로 23위에 그쳐 멕시코나 오만 주식시장보다 뒤처졌다. 2005년 글로벌 기업의 기업공개에서 런던증시는 20%를 유치했으나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24년 이 비중은 1%로 급락했다.

작년 7월 초 집권한 노동당은 경제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실행 중이다. 금융자본에 비판적인 노동당이지만 키어 스타머 총리는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검토하겠다”며 런던증시로의 유인책 마련에 골몰해왔다. 대표적인 게 1000파운드, 약 190만 원 이상의 주식 거래에 부과되는 0.5% 거래세다. 미국은 아예 이런 세금이 없고 서방선진 7개국(G7) 가운에 최고 중과세다. 오는 26일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이 재정 중장기 운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신규 상장된 기업 주식의 경우 2~3년간 거래세 면제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주주의 경영 방어에 유리한 차등의결권도 주주총회 승인 없이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도 완화 중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나 메타의 경우 창업자가 차등의결권을 보유한다. 동일한 자본금을 출자했음에도 1주 1표가 아니라 1주에 10표가 가능한 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구조다.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어왔으나 정부는 이 규제도 완화하려 한다.

이런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증시에 야기한 충격이 아직도 크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같은 글로벌투자은행들은 영국시장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을 보고 런던의 더시티에 본부를 잡았다. 그러나 2016년 6·23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로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이들은 파리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등으로 일부 인력을 이전했다. 단일시장의 접근을 위해서다.

계속되는 저성장도 런던증시의 매력을 줄여왔다. 2022년부터 G7 회원국 가운데 영국은 독일 다음으로 성장률이 낮다. 경제가 성장을 해야 상장된 기업들의 수익성도 높아지고 증시로 투자자를 유인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다.

대영제국의 시절에 더시티는 제국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피(돈)를 공급해줬다. 2차대전 후 이런 역할이 점차 축소돼 왔지만 21세기 들어 브렉시트와 각종 규제, 저성장이 쇠락을 더 재촉해왔다. 그렇기에 노동당 정부의 규제완화만으로 더시티의 경쟁력 회복이 어려울 듯 하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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