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가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섰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는 만큼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전 상장 도전 때와 달라진 점으로 쏠린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며, 내년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한다.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여건 악화와 기관 수요예측 부진 등이 겹치며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재도전의 핵심 변화는 공모 규모 조정이다. 지난해 예심 당시에는 상장예정주식 4억1669만5151주 중 약 20%인 8200만 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는 상장예정 주식을 4억569만5151주로 줄이고, 공모 주식도 6000만 주로 축소했다. 공모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모 물량 절반을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구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큰 틀을 유지했다.
공모 전략 조정과 함께 기초체력도 개선됐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올해 반기 기준 251.11%로, 2023년 말 161.59%, 지난해 말 178.04% 대비 뚜렷이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그간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낮은 LCR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발생 시 대응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단기간 현금 동원력이 커지면서 약점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자본적정성 지표도 우상향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본비율(BIS)은 15%로, 2023년 13.18%, 지난해 14.67%에서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 6월 1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신규 발행해 위기 대비 자본을 보강했다.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2023년 0.86%→ 2024년 0.82%→ 올해 상반기 0.51%로 하락했다.
핵심 리스크로 지적돼 온 ‘업비트 예치금 쏠림’도 완화 추세다. 업비트 예치금은 2021년 말 전체 수신(11조3175억 원)의 약 53%(5조9865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 말 17%, 올해 상반기 16%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단일 플랫폼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상장 심사와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재점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수급 환경은 녹록지 않다. 비교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업종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할인)가 확대,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공모 물량 중 FI 구주가 포함되는 점도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우려를 낳게 한다.
상장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FI로부터 약 7250억 원을 조달하면서 ‘2026년 7월까지 상장’ 조건을 수용했다. 기한 내 상장이 무산될 경우 FI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풋옵션 등이 발동될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재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FI 구주 비중이 절반이라는 점과 업비트 의존도는 여전히 면밀히 따져볼 사안”이라며 “보호예수의 촘촘한 설계와 향후 성장 로드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