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칩스 2.0의 조건 …“기술·정책·인재의 삼각축 확보 절실” [긍정 회로, AI 슈퍼사이클 下]

입력 2025-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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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세계경제의 회로를 다시 그리고 있다. AI 서버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의 폭발적 확대는 한국 반도체를 다시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랠리를 두고 시장에서는 ‘AI 슈퍼사이클’과 ‘AI 버블’이라는 두 시선이 맞서고 있다. 이투데이는 ‘긍정 회로, AI 슈퍼사이클’ 시리즈를 통해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수요가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그 변화가 자본시장에 어떤 신호로 번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엔비디아발 공급망 확장, HBM·D램 가격 급등, AI ETF로 쏠리는 자금까지. 기술과 수급, 투자심리가 교차하는 복합적 변화를 해부한다. ‘긍정 회로’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AI 시대의 구조적 전환 속에서 산업과 자본이 공유하는 성장 논리를 읽겠다는 의지다.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서도 데이터와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 그 변화의 시작점을 이 시리즈에서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주]

AI 전력소비 폭증, 원전 논의도 급부상
반도체 인재 격차 확대…대만식 모델 주목
메모리 한계 넘어 시스템 경쟁력 강화 절실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수요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경제의 명운이 달린 ‘K-칩스 2.0’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산업 지형을 결정할 중대한 분기점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기회와 한계가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비롯해 기술적 경쟁력 확보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 그리고 인재 양성의 삼각축이 균형 있게 맞물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 및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AI 정책에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가 AI를 첨단 전략 산업으로 직접 육성하는 것을 바람직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지원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서버 랙당 평균 5~10킬로와트(kW)의 전력을 소비하는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AI 연산을 위해 20~40k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더구나 최근 AI의 트랜드가 거대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대화·검색·이미지 생성 등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에 필요한 전력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데이터센터 소비전력은 약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24~2030년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연평균 약 15%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전체 전력 소비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경우 여전히 풍력·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만으로도 충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는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원전까지 고려하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외국계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1기가와트(GW)급 전력이 필요한 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체 양과 같다. 이를 신재생 에너지로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AI를 진지하게 키우려면 소형모듈원전(SMR)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력망 확충도 안 되는 상황에서 경쟁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SMR은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서 빠르게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형 원자로다.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도 좋아 이미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용 분산 전원으로 SMR을 고려하는 추세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은 초기 건설 기간이 길어, 단기적으로는 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되면 원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쟁력, 결국 ‘사람’이 중요

▲대학생들이 삼성전자 채용박람회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다. (이투데이DB)
▲대학생들이 삼성전자 채용박람회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안정적인 인재 육성과 효율적인 근무 환경 조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반도체 산업의 생존 조건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인재 전쟁’에 돌입해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필요 인력은 2021년 17만7000명에서 2031년 30만4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지금 같은 속도로는 약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장기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만의 사례가 모범적으로 꼽힌다. 대만은 신주 과학단지를 중심으로 TSMC, 미디어텍 등 주요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반도체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기업은 학생들에게 연구시설을 개방하고, 대학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정부는 정책과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러한 ‘산·학·정 삼각 협력 모델’ 덕분에 대만은 고급 반도체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며 안정적인 기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회준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장은 “대만은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국 기업들도 학생들에게 자사의 생산설비로 실습하게 하는 등 인재 육성을 위한 생태계가 끈끈하다”며 “우리나라도 이공계 인재에게 적절한 처우를 보상해주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육성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대한 요구도 여전하다. 업계는 유연 근무제 도입을 통해 AI·반도체 연구개발자들에게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계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제한적인 근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는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에 온전히 몰두하기 어렵다”며 “반도체는 연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유연 근무제를 적용해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모리'에서 이제는 '시스템'으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LG AI연구원과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제공=퓨리오사AI)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LG AI연구원과의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제공=퓨리오사AI)

반도체 산업 구조의 다변화도 시급하다. 세계는 이미 메모리 중심에서 AI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최근 AI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에 대한 지속적인 육성 정책도 필요하다. NPU는 딥러닝 등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범용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의 연산을 저전력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국내 신생 팹리스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과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최기창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우리나라는 그간 1등이었던 메모리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세계가 팹리스 등 시스템 반도체에 뛰어들고 있다. 잠재력이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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