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투자증권은 10일 리포트를 통해 "인공지능(AI) 쏠림 현상은 단순한 거품이라기보다 격변기 산업구조 변화의 산물"이라며 "현 국면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과열로, 일부 조정은 오히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주요국 주가 상승분의 최대 50%가 AI·반도체 23개 기업에 집중됐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3300선대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연구원은 이처럼 특정 업종 쏠림이 심화된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기술산업이 공급과잉으로 디플레이션을 유발했지만, 현재는 반대로 전력·통신 장비 등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와 전력 관련 생산자물가가 최근 반등하고 있으며, 이는 AI 수요의 실체가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19.9% 상승하며 1980년대 이후 아홉 번째로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허 연구원은 과거 IMF 외환위기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에도 월간 20%대 상승 후에는 5~10% 수준의 조정이 반복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처럼 단기간 급등한 이후에는 통상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금보다 더 빠른 상승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버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조정 국면에서 소외 업종의 상대적 강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허 연구원은 “은행, 보험, 유틸리티, 제약·바이오 업종 등은 배당 분리과세 정책 기대감과 맞물려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변동성이 단순한 수요둔화가 아닌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주도주는 여전히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 밸류체인일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전력기기 등 핵심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전력기기·화학·기계 업종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노키아, 시에나, 비아비솔루션 등 주요 통신장비 업체 주가가 조정 국면에서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4000 시대는 단순한 주가 레벨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버블을 우려하기보다 공급 제약이 해소되는 속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