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4000포인트(p)를 돌파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사이, 개인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인식하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일~7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2조4480억 원), 삼성전자(1조501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3조7150억 원, 삼성전자 1조5030억 원을 순매도하며 포지션을 줄였다.
외국인이 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기록한 반면, 개인은 매일 수천억 원대의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수급 구도는 최근의 단기 조정장 속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1% 하락한 3953.76p로 마감하며 4000선을 내줬지만, 개인은 약 6958억 원을 사들이며 하락장을 떠받쳤다.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와 AI 고평가 논란으로 대형주 차익실현이 이어졌지만, 개인들은 이를 되레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매도를 주도하고 기관이 관망하는 배경에는 시장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7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할 정도로 격한 조정은 시장이 무시하던 불확실성 요인이 주목받은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미 코스피 3500선을 넘어선 10월 2일부터 외국인 선물 매도세로 전환됐고, 3800선을 넘어선 10월 20일 이후 현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전환되며 수급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구조적 성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했다. 단기 과열이 해소되는 과정에서도 개인의 저가 매수세는 견고했다.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종목은 반도체 관련 대표주들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미반도체, DB하이텍, 솔브레인 등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개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는 ‘확신형 매수세’를 보인다. AI 버블 논란과 셧다운 이슈 등으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강세장의 끝이 아닌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시장 반도체 상승 동력이 AI였는지 고민”이라며 “최근 신고가 랠리 원인은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스토리지 단가 상승과 생산량 단기 확대 불가능이라는 논리에는 변화가 없다”며 “디램(DRAM) 현물 가격은 매일 상승 중이다”고 강조했다.
김지우 KB증권 연구원은 “조정 이후에는 반도체, 전력, 조선 등 실적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외국인의 매수 우위가 돌아오면 국내 증시도 다시 강세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기량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 성장에 기반한 상승”이라며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돼 있으며 증시 예탁금은 사상 최고 수준인 88조 원으로 대기 자금 역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