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의약품 생산·의료 현장용 AI 기술 사업 각축전

GC녹십자 '혈우병 관절병증' 겨냥·경보제약 ADC 공정 개발…대웅제약, 디지털헬스 사업 집중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설비나 의료기관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제약 업계에서 AI 기술이 의약품 개발을 넘어 헬스케어 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성과가 주목된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GC녹십자, 경보제약, 대웅제약 등이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연구와 사업에 도전했다.

GC녹십자는 한국혈우재단 및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과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실사용 빅데이터에 AI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관절 손상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GC녹십자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연구에 두 기관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관절 내 출혈이 잦아, 만성 관절 손상으로 관절병증 위험이 크다. 3세 이전에 예방요법을 시작할 경우 정상적인 관절 기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연구진은 자사의 ‘그린모노’와 ‘그린진에프’ 등 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실제 데이터를 반영해 관절 손상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 중 완성해 국제 학술지에 투고한다는 목표다.

경보제약은 산업통상자원부의 ‘AI 기반 표적 맞춤형 링커-약물 복합체(ADC) 제조 자율 랩 기술개발’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기계연구원·고려대학교 등이 경보제약과 함께 2029년 12월까지 연구를 수행하며, 총 사업 개발비는 192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경보제약은 24억 원을 지원받아 AI와 로봇을 접목한 자율 실험실 및 의약품 자동화 제조 시스템을 구축한다.

경보제약은 지난해 ADC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약 855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번 과제 선정을 계기로 AI 기반 자율 제조 장비를 개발해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등 시제품 제작의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표준화된 제조·품질검증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대학병원과 협력해 의료기관 내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교육협력 동탄시티병원에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를 도입하기로 했다. 동탄시티병원은 전체 90병상에 모두 씽크를 도입할 예정으로, 설치가 완료되면 경기 화성시 내 첫 AI 스마트 병동 구축 사례다.

씽크는 환자에게 부착된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심박수, 호흡, 체온,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 주요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의료진에게 알람을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웨어러블 AI 진단 모니터링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했으며, 대웅제약이 국내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방점을 찍고 집중 투자 중이다. 씽크 이외에도 현재 혈당 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 반지형 혈압계 ‘카트비피 프로’,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 등을 공급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2%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AI헬스케어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제약사들의 영역 확장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의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3억7700만 달러(5498억 원)에서 연평균 50.8% 성장해 2030년에는 66억7200만 달러(9조7304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