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1000억 원 선제 헤지 ⋯‘곱버스·인버스’ 베팅

코스피가 4일 2% 넘게 하락하며 4120선으로 후퇴했다. 전날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한 직후 되돌림이 나타난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이미 전장에서 하락 방향 상품에 약 1017억 원을 베팅하며 선제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0.13포인트(pㆍ-2.37%) 내린 4121.74로 마감했다. 장 초반 4219선에서 출발했으나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환율 상승 압력이 겹치며 낙폭이 커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000억 원, 선물에서 1조1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조6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하방 매수’에 나섰다. 코스닥은 1.31% 상승한 926.57로 마감했다.
전날 코스피가 4200선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차익실현 압력을 받았다. 3일 코스피는 4221.87(+2.78%)에 마감하며 처음 42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 등 주도 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의 국내 투자 발표, APEC 정상외교 기대, 한·미 관세 불확실성 완화가 ‘구조적 상승 국면 진입’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같은 날 시장 하락을 예상한 역베팅에 나섰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3일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곱버스) 715억 원, KODEX 인버스 302억 원을 순매수했다. 하루 동안 약 1017억 원이 하락 상품으로 유입된 것이다. 지수가 사상 고점을 넘던 시점에 개인은 가격 부담과 단기 피로 누적을 의식해 헤지 비중을 크게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ETF다.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상승하면 손실 또한 두 배로 커진다. KODEX 인버스는 코스피200을 -1배로 추종하는 ETF로 단기 방향성 매매에 주로 활용된다. 두 상품 모두 시장 조정 리스크가 커질 때 개인 매수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하루 뒤 시장이 급락하자 개인의 판단은 단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최근 개인은 상승 시 위험 차단, 조정 시 매수 전환 패턴을 반복하며 지수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초대형주 중심 급등 구간에서도 개인은 수익 추격보다 변동성 방어와 매물 대응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4200선 돌파 직후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환율 상승 영향이 컸다”며 “주도업종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중소형 기술주 중심의 순환 매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인공지능(AI)ㆍ첨단 산업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조정과 모멘텀 확인이 병행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