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젤렌스키, ‘플랜B’ 모색해야

입력 2025-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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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1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의 암울한 운명을 예고하는 듯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도를 던지며 “러시아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고 고함쳤다고 전했다. 욕설까지 섞인 그 발언은 젤렌스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젤렌스키는 여전히 ‘전쟁 지속’이라는 단일 노선 위에 서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지원만을 믿고 러시아를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지만 서방 내부의 분위기는 이미 싸늘하다. 트럼프의 회담 태도는 단지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음을 드러내는 신호다.

서방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남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 냉전 말기 미국의 지원이 끊기자 남베트남 정권이 순식간에 무너졌듯 지금의 우크라이나도 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젤렌스키가 국제무대에서 아무리 용감한 언변을 이어가도 탄약과 자금이 고갈된 군대는 버틸 수 없다.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다. 전쟁을 계속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물론 젤렌스키의 절박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러시아의 공습이 매일 이어지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따르더라도 전쟁이 끝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생존 전략에 입각해 이제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

플랜B란 러시아와의 협상을 포함한 현실적 타협안으로 영토 일부를 잃더라도 국가의 핵심 주권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일부 영토를 잃는다고 해서 나라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한국은 1953년 한반도 분단이라는 비극적 정전협정 위에서 오늘의 번영을 일궜다. 당시에도 수많은 비판과 분노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분단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은 패배가 곧 멸망이 아님을 증명했다. 마찬가지로, 핀란드도 1939~1944년 소련과의 ‘겨울전쟁’에서 국토의 10%를 내주었지만 이후 정치적 자율성을 지키며 복지국가로 성장했다. 두 나라는 패배의 끝에서 생존을 선택했고, 그 생존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가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영토는 국가의 근간이지만 생존하지 못한 국가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지금의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은 이상적 명분이 아니라 실질적 지속 가능성이다. 전쟁이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젤렌스키는 여전히 젊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다. 그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세계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그 상징의 무게가 현실을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 전쟁은 더 이상 영화가 아니다. 냉혹한 정치적 계산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트럼프의 지도 투척을 단순한 모욕이 아니라, 냉정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서방의 피로감이 커져서 결국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기 전에 젤렌스키는 다음 단계를 선택해야 한다.

젤렌스키가 역사의 무게를 이겨내려면 이상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국민의 미래를 위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설계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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