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달액도 2021년 정점 후 감소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도 영향
美 민간 AI 투자액, 中의 10배

미·중 대립이 심해지자 중국 스타트업의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전체 자금 조달에서 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미국 달러로 자금을 조달받는 비율이 10%대까지 떨어지고 그 공백을 국영 펀드가 채우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6일 보도했다.
한때 달러 조달 비율은 전체 50%를 넘었다. 그러나 현재 비율은 현저히 낮다. 데이터업체 DZH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달러 조달액은 66억 달러(약 9조5000억 원)에 그쳤다. 전체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달액 전체도 2021년 정점을 찍고 나서 감소세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조달이 감소하면서 전체 규모도 줄어든 것이다.
대신 중국 정부 산하 펀드들이 지원책 역할을 하고 있다. 칭화대 출신이 세운 인공지능(AI) 기업이자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지보AI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 등 민간기업 외에 베이징시와 상하이시 계열 정부 펀드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주간사는 국영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맡기로 했다.
지보AI는 1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사실상 수출금지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로 인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보AI가 지금의 역풍을 이겨내고 상장한다면 미국 의존 탈피를 노리는 중국 정부에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미국 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타트업 전체 투자 건수 중 정부 계열 투자회사가 참여한 비중은 16%까지 올랐다. PWC컨설팅의 소노다 나오타카 애널리스트는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정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는 의약, 반도체, 소재, AI 등 국가 전략 기술 영역으로,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해외 자금 축소와 정부 의존 심화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금력 측면에선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미국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중국의 10배가 넘는다. 그러나 신흥 AI 기업 딥시크의 등장이 보여주듯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혁신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닛케이는 “과거에는 서방 투자자가 자본과 인재를 제공하면 중국 기업이 높은 수익으로 보답하는 상호의존 관계가 형성됐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투자자가 중국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 연계가 약해질수록 양국의 대립은 점점 더 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