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여름 추천 도서로 꼽은 리처드 리브스의 신작은 '남성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자살률, 약물 중독, 사회적 고립 등 통계로 드러나는 남성의 절망을 통해 저자는 구조적 원인을 짚는다. 남학생의 느린 발달 속도를 근거로 '입학 1년 늦추기' 같은 실질적 처방을 제시하고, 낡은 부양자 역할에 머문 아버지상을 돌봄 중심으로 재구성하자고 주장한다. 또 HEAL(건강·교육·행정·문해력) 분야로 남성을 유입해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브스는 성평등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호 보완의 과제로 제시한다. 뒤처진 남성에게 새로운 사다리를 놓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의 완성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부커상 3관왕에 빛나는 살만 루슈디의 신작. 이번 책에서 그는 문학의 본질과 예술의 자유를 탐구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야기를 갈망하는 존재이며 '허구 속의 진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저자는 셰익스피어, 보니것, 베케트 등 문학 거장들을 통해 문학이야말로 변화와 자유의 예술임을 강조한다. 또 거짓과 혐오, 선동이 넘치는 시대에 문학이 다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웨이웨이, 푸시 라이엇 등 예술가들의 사회적 실천을 예로 들며 예술은 현실을 다시 세우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유라는 관념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거짓에 맞서는 진실의 언어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함을 일깨우는 책.

프랑스 법의학자 필리프 복소의 이 책은 실제 사건을 통해 법의학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체라 생각했지만 살아 있었던 사례, 아내를 돼지 먹이로 던진 농부의 완전범죄 등 믿기 어려운 현실이 펼쳐진다. 복소는 법의학이 단순히 범죄를 밝히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 말한다. 사망 시간 측정을 위한 곤충학, 총상으로 자살과 타살을 구분하는 법 등 치밀한 지식도 돋보인다. 그는 "시신을 열어 보지 않는 것이 존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인의 권리를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트와 통찰이 공존하는 글 속에서 독자는 법의학자의 인간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장기간 프랑스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무명의 법의학자를 프랑스어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끌어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