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고양이의 식욕은 폭발하고 털도 풍성해졌다. 여름내 시무룩하던 고양이들은 사냥놀이를 할 때 더 활기 찬 움직임을 보여준다. 종일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낮잠이나 자던 고양이들은 창밖 나뭇가지에서 우는 직박구리나 까치들에 집요한 호기심을 보이며 이상한 울음소리를 낸다. 고양이들은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안절부절못한 채로 새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이렇게 계절의 순환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적응하는 고양이들의 행태가 신기하기만 하다.
며칠 전 현관을 나서는데, 난데없이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로 곤두박질하듯이 위협비행을 했다. 다음 날 같은 시각에 현관을 나서는데 똑같은 직박구리가 위협비행을 했다. 이건 분명 경고 신호였다. 직박구리는 오동나무 위에 앉아서 나를 지켜봤다. 이상한 일도 있구나! 직박구리가 공연히 위협비행을 할 리는 없는데, 왜 그랬을까? 어쩌면 근처 어딘가에 둥지를 마련하고 알을 부화시키는 중이거나 막 부화한 새끼를 포육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골로 다니는 동네 카페 사장님이 오디오 기기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며 예전의 오디오 기기를 팔겠다고 ○○마트에 올려놓은 걸 알았다. 즉시 오디오 기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값을 치렀다. 카페 사장님이 오디오 앰프와 스피커를 싣고 와서 직접 설치를 해주고 돌아갔다. 앰프와 스피커를 자리에 앉힌 뒤 선을 연결하고 첫 곡으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음향은 맑고 투명했다. 기쁨과 함께 살짝 전율을 느꼈다. 아, 이젠 집에서 고전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겠구나, 하며 기뻐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구급차량 한 대가 서 있고 구급대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물어보니 104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가족이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고 신고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욕조에 잠든 듯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걸로 보아 할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 같다고 한다.
단골로 다니는 동네 카페 사장님이 오디오 기기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며 예전의 오디오 기기를 팔겠다고 ○○마트에 올려놓은 걸 알았다. 즉시 오디오 기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값을 치렀다. 카페 사장님이 오디오 앰프와 스피커를 싣고 와서 직접 설치를 해주고 돌아갔다. 앰프와 스피커를 자리에 앉힌 뒤 선을 연결하고 첫 곡으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음향은 맑고 투명했다. 기쁨과 함께 살짝 전율을 느꼈다. 아, 이젠 집에서 고전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겠구나, 하며 기뻐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눈 적이 없던 터라 할머니가 혼자 사는지도 몰랐다. 할머니의 주검이 구급차량에 실려 나가고 사태는 조용히 수습되었다. 두어 달 지나도록 104호에는 새 주인을 들이지 못한 듯했다. 104호 우편함에는 이런저런 우편물이 꽉 차 있는데, 누구도 우편함을 비우지 않았다.
상강 지난 뒤 강물이 차가워질 때 거실에 둔 선풍기를 치우고 장롱에서 동내의를 찾아 입는다. 고양이 털은 풍성해지고,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청량해진다. 가난한 살림은 그럭저럭 견딜 만하고 영혼에 바글거리던 잔근심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 온산이 만산홍엽을 이루고 멜랑콜리는 속수무책 깊어진다. 가을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지나가는 동안 직박구리 둥지에서 자란 새끼는 이소를 하고, 죽은 할머니는 저 피안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을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