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자에 개인까지…글로벌 유동성 대거 흡수
‘美에 뺏길라’… 영국 등 거래시간 연장 검토 동참

글로벌 주요 증시는 이미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둔 경쟁에 돌입했다. 국경을 넘어 흐르는 자금을 각국 증시로 끌어들이려는 전략 중 하나로 거래시간 연장 카드를 꺼내 드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내년부터 거래시간을 ‘주 5일, 총 22시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장된 거래시간은 오전 1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가 될 전망이다.
나스닥(NASDAQ)도 내년부터 증시 운영 시간을 총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운영 시간은 총 16시간으로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프리마켓(오전 4시~오전 9시 30분), 정규장(오전 9시 30분~오후 4시), 애프터마켓(오후 4시~오후 8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거래시간을 늘리려는 배경 중 하나로는 미국 증시를 향한 막대한 해외 투자 수요가 거론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 거래대금은 2017년 대비 2.8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 투자자 거래대금 증가 추세가 두드러져 같은 기간 아시아 투자자 거래대금은 7.8배 치솟았다.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 거래 수요가 드러난 대표 사례는 지난해 8월 ‘블루오션 사태’다. 당시 미국 증시 급락으로 주문량이 폭증하자 미국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은 거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 블루오션은 국내 증권사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모두 처리하던 곳이었다. 이에 일부 시간대 체결 거래가 일괄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자국 개인 투자자 주식거래가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미국 증시에서 개인 거래량 비중은 10% 안팎에 그쳤다가 지난해 20%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고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이 마련되며 개인의 증시 참여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투자 관련 정보 비대칭성이 완화한 점 역시 개인의 글로벌 증시 유입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주식거래소그룹(LESG)도 런던증권거래소(LES)를 중심으로 거래시간을 기존 8시간 30분(오전 8시~오후 4시 30분)에서 연장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은 런던증권거래소가 흡수하던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 자금이 미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미국 증시가 24시간 거래로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면 글로벌 유동성 미국 집중 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국가들도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는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영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JSE) 등이 거래시간 연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최대 규모 주식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24시간 주식거래를 도입하면 다른 국가들은 거래시간 제한을 고수해 국내외 투자자 시장 접근성을 제약해 거래소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할 이유가 없다”며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효과는 각국 주식시장 규모와 깊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