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임시 일자리 감소로 중·저소득층 생계에도 여파

뉴욕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샐리 씨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올해 봄 무렵부터 지출을 분산하기 위해 두 아이를 위한 선물을 사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연말연시 한꺼번에 선물을 사들일 경제적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연초 세일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은 전통적으로 유통업계의 1년 농사로 불리며,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최대 성수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황금 대목’이 무색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부담에 지친 소비자들이 지갑을 일찍 열면서 소매업체가 의존해 온 홀리데이 특수가 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조사회사 시빅사이언스가 8월 중순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 등 연말 쇼핑을 마쳤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35%에 달했다.
소매업계도 이런 소비 행태에 발맞추고 있다. 미국 백화점 대기업 메이시스는 올여름 ‘7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의 할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요를 앞당긴 만큼 정작 본 시즌에는 반짝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컨설팅 대기업 PwC가 9월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연말 성수기 기간 개인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할 전망이다. 2020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예상한 셈이다.
올해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부진할 것이라는 징후는 이 시기를 겨냥한 임시 고용 시장에도 반영된다. 미국 조사기관 챌린저그래이앤크리스탈크리스마스는 올해 소매업계 고용 증가가 50만 명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약 54만 명 이상의 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가뜩이나 고용 환경 악화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저소득층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한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성수기 알바’로 숨통을 틔웠겠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 및 자동차 대출 상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