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기대감에 지주사 비중도 확대
기금자산 1300조…국내 주식 15% 넘어

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 국내 증시 반등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지주사 지분을 늘리고,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건설·철강·내수 업종은 과감히 비중을 줄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3분기(7~9월) 동안 지분 5% 이상 보유로 공시 의무가 발생한 상장사 중 반도체 소부장 기업 지분을 대거 늘렸다.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대덕전자 주식을 221만5874주 추가 매수해 지분을 8.38%에서 12.87%로 4.49%포인트 확대했다. 케이씨텍은 7.55%→8.55%, 유진테크 4.96%→5.01%, 에스엔에스텍 4.99%→5.02%, AP시스템 4.99%→5.09%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반도체 쏠림’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등 업황 회복 기대감이 소부장 기업까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영규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업황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력사 중심으로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또한 주요 지주사 지분도 늘렸다. OCI홀딩스(8.49%→10.57%), HDC(5.05%→6.08%), 두산(8.47%→9.47%), 오리온홀딩스(4.99%→6.03%) 등이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주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건설주와 철강주는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크게 줄었다. GS건설(8.57%→7.55%), 현대건설(11.20%→10.18%), DL이앤씨(12.21%→9.13%), HDC현대산업개발(13.65%→11.51%) 등 주요 건설사 지분이 일제히 축소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산업재해 리스크 부각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산재 반복 건설사에 대해 등록 말소·영업정지 등 강경 제재 방침을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철강업종 역시 미국 관세 강화와 글로벌 수요 위축 여파로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의 지분을 줄였다. 소비재·유통 업종에서도 이마트, LG생활건강, 농심 등 내수주 중심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반면 에너지·전력 설비, 엔터테인먼트 등 성장 산업군으로 자금을 옮겼다. 한전기술(9.52%→11.58%), 산일전기(7.26%→8.28%), 파라다이스(4.99%→6.03%), JYP엔터테인먼트(5.03%→6.06%) 등은 추가로 담았다.
7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체 자산은 1304조 원으로 199조6000억 원(1.5.3%)이 국내주식을 차지한다. 연간 기금운용 계획에서 제시했던 국내비중(14.9%)보다 소폭 높은 수치다.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는 등 증시 활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지주, 금융 등 대형주 강세가 수익률을 견인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리밸런싱을 ‘랠리 전 선제적 포지셔닝’으로 해석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3분기 당시 반도체 대형주는 단기 조정 구간이었지만, 국민연금은 업황 저점을 기회로 보고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AI 수요 확대와 HBM 특수가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리밸런싱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