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증권이 첫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인 '메리츠제1호스팩' 상장을 통해 정통 기업금융(IB) 경쟁력 확보 신호탄을 쏜다. 이번 딜은 메리츠증권이 올해부터 강화해온 정통 기업금융(IB) 체제에서 치르는 사실상의 데뷔 무대로, 실전 역량을 점검하는 '리트머스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제1호스팩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다시 제출했다. 7월 말 처음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이달 초 자진 철회했으며, 이후 최대주주를 바꾸는 등 지배구조를 손질해 재청구에 나섰다. 이번 딜(deal)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메리츠증권은 그간 표방해온 '정통 IB 전환' 전략에서 핵심 조직 구성을 한층 완성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그간 부동산금융 편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통 IB 축을 확장해왔다. 이를 위해 정영채 NH투자증권 전 대표를 상임고문으로,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을 전무로 영입해 IB본부를 재정비했다. 지난 4월에는 기업공개(IPO) 업계 25년 전문가인 이경수 전무를 기업금융본부 주식발행시장(ECM) 담당 임원으로 선임하고 팀을 꾸려 주관 데뷔전을 준비해 왔다. 이 전무는 삼성증권과 KB증권을 거치며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롯데렌탈·원스토어 등 굵직한 거래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KB증권의 IPO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이번 상장은 새롭게 정비한 ECM 조직의 내부 심사 및 공시 대응력, 배정 전략과 안정적인 유통구조 설계 등 프로세스 실행력을 점검하는 기획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PO는 정통 IB 업무의 핵심축"이라며 "스팩을 선택한 것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트랙을 활용해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해 들어 까다로워진 스팩 상장 심사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스팩 상장의 경우 예비심사 단계에서 상장 철회 사례가 늘고, 신규 상장 속도도 둔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11건에 그친다. 최근 3년간 연간 스팩 상장 건수는 △2022년 45건 △2023년 37건 △2024년 40건이었다. 올해 스팩 상장 건수가 평년의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상장 예비심사 통과 건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심사를 통과하면 정통 IB를 지향하는 메리츠증권에 긍정적인 트렉레코드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딜 성사 여부가 향후 정통 IB 업무의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가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