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등 반도체업체 자금 활용
월가서도 버블 경고음
“일부 섹터 지나친 과열·고평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AI 인프라 구축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오픈AI의 현재 기업 가치는 약 5000억 달러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표한 인프라 투자 규모는 그 2.6배에 달한다. 적자 경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체 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이에 오픈AI는 최근 급성장한 반도체 기업들의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AI 반도체 투자에 충당하는 확장 전략을 고안했다.
오픈AI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의 투자를 받고 AMD로부터도 발행 주식의 10%를 받는다. 양사로부터 확보한 자금만 약 20조 엔(약 187조930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거래 구조는 반도체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데, 오픈AI가 확보한 자금을 AI 반도체 구매에 다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엔비디아와의 제휴를 통해 구매하는 반도체가 모두 해당 회사의 제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엔비디아는 최대 3500억 달러의 수익을 볼 수 있다. 결국 오픈AI에 대한 투자 자금이 다시 엔비디아의 매출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엔비디아 측은 “투자 기업에 자사 기술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인 만큼 고객사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자사 제품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파울로 칼반 수석연구원은 “오픈AI와 반도체 기업 간의 순환적 거래는 기업들이 서로 돈을 풀며 성장을 부풀렸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대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통신장비 업계에서는 고객사에 자사 제품 구매 자금을 제공하는 ‘벤더 파이낸스’가 유행했다.
다른 점이라면 당시와 비교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것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어리벤처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고객 지원 금액은 IT 버블 시절 루슨트의 약 14배에 달한다. 순환투자로 AI 반도체 구매자와 판매자 간 상호 의존도가 커질수록 한 축이 흔들릴 때 연쇄 붕괴 위험도 커진다.
AI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월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자리에서 “닷컴 버블”을 언급하며 “AI 인프라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일부 기업은 번성하고, 일부는 무너지는 양극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메이슨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현재 주식 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일부 섹터가 지나치게 과열돼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