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영도에서 국내 최초의 '목욕탕 러닝’ 프로그램이 열렸다.
12일 오전, 봉래탕과 라운지 '일렁' 일원에서 열린 '스무스런(SMOOTH RUN)'은 달리기와 목욕, 회복과 교류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새로운 도시문화 실험이었다.
'달리고, 씻고, 회복하는' 단순한 루틴 속에서 도시는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센토런(Sento Run)'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센토(銭湯·대중목욕탕)'와 '러닝(Running)'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마친 뒤 동네 목욕탕에서 땀을 씻고 사우나로 몸을 풀며 일상의 피로를 씻는 운동문화다.
도쿄 전역에 100여 곳이 넘는 목욕탕이 센토런을 운영하고 있으며, 입욕료 5000원 안팎의 합리적인 비용과 러닝 후의 회복감 덕분에 '웰니스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 문화를 부산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스무스런'이다.
목욕탕 콘텐츠 컴퍼니 매끈연구소(대표 안지현)가 주최하고, 같은 건물 5층의 목욕탕 라운지 '일렁'을 거점으로 부산 대표 러닝클럽 팀 알앤티(R&T)가 프로그램 설계에 함께 참여했다.
행사 당일 러너들은 봉래탕을 출발해 깡깡이마을과 봉래물양장, 남항대교를 잇는 7km 코스를 달렸다.
조선소의 쇳소리와 커피향, 물양장의 녹슨 기둥과 신축 건물이 공존하는 풍경이 러너들의 시야를 채웠다.
“부산에 살면서 이런 풍경을 달릴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참가자들의 말처럼 남항 방파제 위를 달리는 순간은 ‘관광의 바다’가 아닌 '생활의 바다'를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팀 알앤티의 김인태 크루장은 “러닝은 점점 도시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스무스런’은 달리기와 회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형 러닝의 완성형"이라고 말했다.

러닝을 마친 참가자들이 봉래탕으로 들어서자, “젊은 사람들이 단체로 목욕탕에 들어온 건 처음 본다”는 주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러너들은 사우나 모자를 쓰고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근육을 풀었다.
얼음 반신욕탕이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라운지 ‘일렁’에서는 브런치와 음료를 함께하며 짧은 강연과 대화가 이어졌다.
매거진 '집앞목욕탕'의 목지수 편집인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목욕은 단순한 위생이 아니라 회복의 문화”라며 "달리기로 몸을 깨우고 탕 속에서 피로를 씻은 뒤, 라운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가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스무스런'의 배경에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도시 회복의 실험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도시 영도에서, 사라져가던 목욕탕이 러너와 함께 새로운 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매끈연구소 관계자는 “부산을 찾는 여행객 중 러너층이 점점 늘고 있다”며 “스무스런을 부산형 일상 콘텐츠로 발전시켜, 영도를 시작으로 지역 기반 러닝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프로그램은 초보자·숙련자용으로 세분화돼 정기 운영될 예정이다.
목욕탕을 중심으로 한 러닝·회복 플랫폼이 ‘러너의 도시 부산’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