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조 원 순매수, ‘슈퍼사이클’ 점화

추석 황금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코스피가 반도체 호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사상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톱 랠리’에 외국인 매수세가 더해지며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1.38% 오른 3598.11로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 3600선을 넘어 장중 3617.8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코스닥지수도 0.61% 오른 859.49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599억 원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018억 원, 5937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매수세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6.07% 급등한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1년 1월 11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9만68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날 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주가가 1.8% 상승,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국내 반도체주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또한 오픈AI가 AMD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11만1000원으로 대폭 상향하며 “AI 특수와 함께 D램·낸드 시장의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수요는 거품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이라는 판단을 내렸음을 상징한다.
국내 증권가도 이에 호응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MD MI350에 HBM3E 12단 제품을 전량 공급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미 구축했다”며 “오픈AI-AMD 동맹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MD를 비롯한 다양한 고객사 확보로 2026년 D램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일반 메모리 가격 강세가 HBM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2.3% 높인 11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도 창립 42주년을 맞은 이날 8.22% 급등한 42만80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43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00조 원을 돌파했다. 200조 원을 넘어선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이에 힘입어 SK그룹 전체 시총은 423조 원으로 확대돼, 8년 만에 400조 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시총 550조 원)와 하이닉스의 ‘쌍끌이 랠리’가 코스피 3600선 돌파의 결정적 동력이 됐다.
연휴 기간 미국 증시에서는 AMD와 오픈AI 협력 소식이 전해졌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수요는 거품이 아닌 실수요에 기반한다”며 ‘AI 거품론’을 일축했다. 엔비디아와 일본·대만 반도체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국내 투자심리에도 불을 지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동안 글로벌 반도체 호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수급이 단기적으로 반도체 업종에 쏠리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젠슨 황 CEO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전력 생산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원자력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신고리 1호기 재가동 승인 소식과 맞물려 원전·전력 인프라주는 상승했고 이스라엘 내각이 가자지구 휴전안을 승인하면서 방산주는 약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