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우방 밀레이 지원 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심각한 통화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 (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 또 공개시장에서 직접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매입했다.
CNBC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오늘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사들였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또 “워싱턴 D.C.를 방문한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과 지난 4일간 회담한 결과 재무부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마무리했다”면서 “미 재무부는 시장에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예외적인 조치를 즉시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알렸다.
미 재무부가 특정 국가를 지원하는 외환시장 직접 개입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매입 금액이나 스와프 구조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베센트는 재무부의 2210억 달러 규모 환율안정기금(ESF)과 IMF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해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 지원 소식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2035년 만기 국채는 4.5센트 상승해 1달러당 60.5센트에 거래됐고,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1418페소로 마감하며 하루 동안 0.8% 상승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공격적인 예산 절감 정책과 맹렬한 좌파 비판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 진영에 ‘같은 편’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짧은 약식 면담을 가지며 ‘동맹국’으로서의 협력 관계 강화를 재확인했다.
밀레이는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께 감사드린다”며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서,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반구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의 연차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회담할 예정이다.
베선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구제금융이 아니다”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로 직접 자금이 이전된 것은 없으며, 환율안정기금은 한 번도 손실을 본 적이 없고 이번에도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원은 전략적으로도 미국에 이익이 된다”며 “마일레이 대통령이 ‘중국을 아르헨티나에서 몰아내겠다’고 약속했으며, 미국 기업이 아르헨티나의 희토류·우라늄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이번 지원은 26일 열리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 밀레이의 자유전진당은 의회 소수당 지위를 벗어나 정부 지출 삭감과 민간투자 확대 등의 개혁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의석을 늘리려 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마일레이 정부의 선거 전망을 개선시킬지는 미지수다. 긴축 정책에 대한 국내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환율안정기금(ESF)을 이용해 아르헨티나나 글로벌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다만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 소수당이라 해당 법안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중에 외국 정부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