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달하 노피곰 도다샤…

입력 2025-10-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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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서예가ㆍ한국미협 캘리그라피 분과위원장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 연휴가 지났다. 자율에 따라 유례를 찾기 힘들 일주일 이상의 쉴 수 있는 시간은, 잠시 가득 찼던 돈이 어느새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바닥을 보이는 통장 같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손바닥의 모래와 같이 슬그머니 스러져 아쉽기만 하다.

몇 날 며칠을 메모하여 빠짐없이 제숫거리를 사들이고 그냥 앉아계시기도 힘든 아흔이 훌쩍 넘으신 노부까지 손을 보태 하루를 꼬박 음식 장만을 한다. 차례에 모시는 조상들이 좋아하셨던 음식과 남들 다하는 각종 전도 부치며 차례상을 풍성히 차리고자 하지만, 나는 그저 명절이라고 편히 쉬고 싶음을 물리치고, 교통체증에도 새벽부터 찾아오는 아우들과, 전쟁 같은 귀성 차표 예매로 간신히 차례에 참석하는 핏줄들에게 맛난 것을 먹이고자 부지런을 떤다.

누구 하나 쉬운 삶은 없어 각자의 자리에서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나의 피붙이들이 한자리에서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하며,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제 어미의 생일은 번번이 잊고 말지만 할아버지 뵙고 좋은 말씀을 듣겠노라는 아들의 말에는 그간의 괘씸함도 다 묻어주고 싶다.

음식 장만하기는 번거로워도 막상 먹을 건 별거 없고, 당신 돌아가시면 뿌리를 잊을까 길어지시는 아버지의 조상 얘기는 고려조까지 더듬으실제, 참을성 없는 아우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며 그렇게 한가위 명절 모임은 끝이 난다.

전통적으로 한가위의 풍습은 오랜 세월 농경 사회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조상께 차례를 올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조상들의 덕분”이라는 감사 의례이며 공동체적 연대의 표현이었다. 송편을 빚어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수확의 기쁨을 모두 함께 즐기고 땅과 하늘, 그리고 조상과 자연의 은혜에 고개 숙이는 마음이며 집안이 모이고 마을이 모여 서로 기대며 사는 삶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한가위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빠르게 변모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와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로 명절의 의미와 단순한 전통 유지로는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기도록 여자들의 헌신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방식으로 추석을 보내고 기쁨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으로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영상 통화로 덕담을 나누기도 하며, 누군가는 봉사와 기부로 풍요를 나누기도 하여 방식은 달라졌지만, 감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결국 한가위의 참된 가치는 과거의 풍습을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데 있지 않고,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의례와 공동체의 덕목을 오늘의 삶에 맞게 되살리는 데 있을 것이다.풍습의 뿌리와 덕목의 정신을 잊지 않는 한 한가위는 언제나 가장 풍요로운 계절의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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