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자금은 되레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가 전월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최근 2주 사이에도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신고가에도 해외 주식 확대라는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부터 이달 2일까지 약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33억3200만 달러로, 8월 6억4100만 달러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직전 2주 동안에만 전체 순매수의 절반 가까운 금액(17억 7000만 달러)이 집중되면서 미국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기간 개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판 금액은 5조4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 4년 9개월 만에 장중 주당 9만 원대를 회복했고,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40만 원대를 돌파했다. 반도체주 강세에 코스피는 35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새로 썼다.
양사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협력한다는 소식에 동반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애프터마켓에서 정규장보다 각각 300원, 2000원씩 더 오른 8만9300원과 39만7500원에 마감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국내보다 미국 증시에 쏠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 1, 2, 3위는 나란히 삼성전자(-1조7310억 원), SK하이닉스(-3260억 원), 삼성전자우(-2090억 원)가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들이 던져낸 이들 종목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국내 증시에서 이날만 2조 넘게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해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의 배경은 정부의 증시 정책 모멘텀,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 진입 등에서 비롯돼, 앞으로도 이러한 재료의 지속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미국 증시는 셧다운, 인공지능(AI) 주가 변화 등을 놓고 기세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연휴 중 미국 증시에서 벌어지는 9월 고용지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미국 AI주 향방 등에 대비하기 위한 위험관리 수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학개미들의 매수 종목은 호주 기반의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 아이리스 에너지(IRIS ENERGY LTD, 1억4715만 달러), 이더리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VOLATILITY SHARES TRUST 2X ETHER ETF(1억38904만 달러) 등 가상자산 랠리에 집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