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절감·고효율·빌트인으로 승부수

미국발 관세 장벽으로 수출 부담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주방가전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규제가 까다롭고 주거 공간 제약이 큰 유럽의 특성에 맞춰 AI 기반 절감, 고효율, 빌트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IFA 2025에서 공세를 강화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미국발 관세 이슈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보다 유럽 지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환경 규제가 까다롭고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 등급을 따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조리 문화에서도 아시아와 차이가 있다. 오븐과 식기세척기 활용도가 높아 가전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영국 셰프 제이미 올리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지 식문화 변화를 마케팅 전면에 배치했다. 유럽의 건강한 식사, 에너지 절감 등 수요에 맞춰 삼성전자 자체 AI를 활용하고 나섰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 2025에서 “스마트싱스 앱의 AI 절약 모드를 이용하면 집이 알아서 가전 및 공조 제품의 에너지를 절감해준다”며 “이곳 유럽의 삼성 드럼세탁기는 최대 70%까지 에너지 절감할 수 있고, 나머지 제품들도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도록 한 번에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빌트인 선호가 뚜렷하다. 재건축이 어렵고 주거 면적이 좁은 탓에 가전 배치 효율성이 큰 결정 요인 중 하나다. LG전자는 싱크대 하부 스테이션에 수납돼 평소 노출을 줄이는 ‘빌트인 로봇청소기’를 공개하며 공간 활용을 앞세운 제품군을 확대했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달 4일 IFA 2025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가전 매출을 5년 내 두 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좁은 가옥 구조에 따른 빌트인 수요를 겨냥해 관련 부문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제시했다.
빌트인은 건설사가 주거시설을 지을 때 가전을 함께 공급하거나, 내장재 공급 전문회사가 가전까지 일괄 납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유럽 내 빌트인 매출을 10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전시 구성도 유럽 맞춤 전략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세탁기 ‘핏앤맥스 존’에서 주방·욕실·드레스룸 등 다양한 공간에 세탁가전을 배치해 현지 설치 패턴을 구현했고, ‘AI 코어테크 존’에서는 유럽향 복합형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절개 샘플과 미디어월로 AI DD모터와 AI 기능을 함께 선보였다. 냉장고에는 벽·가구장 밀착 설치를 고려한 제로 클리어런스 힌지를 적용했고, 프렌치 도어 높이는 유럽 평균 신장을 반영해 기존 대비 약 80mm 높였다.

미국의 관세 부과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전 회사의 미국향 수출은 수익성 측면에서 큰 고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별 관세를 25%로 발효했고, 최근에는 가전제품에 쓰이는 철강 제품에도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부담은 실적에 즉시 반영됐다. 회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들어 본격화된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관세 비용 부담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2분기 영업이익은 63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2591억 원 대비 49.2% 감소했다. 때문에 업계는 유럽 집중 전략에 관세 회피와 수익성 방어 의도가 겹쳐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