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달래기 구상” vs “종전 위한 잠재적 돌파구”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이 평화 청사진이라기보다는 “하마스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했다. 인질 석방과 무기 포기,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의 명시적 승인을 받은 이스라엘군의 전면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다. 무기를 반납하고 공존을 약속한 하마스 대원에게는 사면을 약속했지만 하마스 측에 상응하는 정치적 보상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아랍권이 인정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마저 전후 가자 통시 구상에서 제외된 점도 이스라엘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로드맵 또한 빠졌다.
이스라엘 철군의 속도와 범위를 가자 무장 해제·비무장화에 연계한 것도 결국 이스라엘에 유리한 구도다. ‘철수’로 내놓은 땅은 이스라엘 군의 공세로 이미 초토화된 땅이 많다. 급할 이유 없는 느린 철군은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이스라엘이 결국 경계선까지 후퇴할 수 있지만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공개된 지도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은 협상에서 하마스가 요구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정밀 로드맵이라기보다 봉투 뒷면에 적힌 대략적인 스케치(a rough back of an envelope sketch)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마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무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포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를 장악하는 것을 지켜보라는 내용을 명시한 이 계획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마스 지도부가 이스라엘 인질 50여 명이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군사작전을 정당화할 구실이 돼 오히려 부담된다는 주장에 설득될지, 가자지구 내 하마스 군사 지휘관들이 해외에 있는 정치 지도자들과 뜻을 같이할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다수는 이번 구상을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일축하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잠재적 돌파구로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실의 중동 전문가인 조너선 패니코프는 카타르와 튀르키예가 다른 역내 국가들과 함께 이번 구상에 서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제 아랍권뿐만 아니라 전쟁 종식을 원하는 무슬림 세계 지도부로부터 통합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