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가 전반기 KBO 프로야구의 성적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는 추측 아닌 추측을 뒤로하고, 시즌 막판 냉정한 성적표가 도착했습니다.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연달아 가을야구 탈락을 확정 지었는데요. 프로야구 인기구단 일명 ‘기롯삼한’. KIA, 롯데,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그야말로 반 토막이 됐죠. 인기구단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그야말로 흥행을 보장하는데요. 따라오는 수익도 비교할 수 없죠. KBO는 기롯삼한과 LG 트윈스의 동반 진출을 꿈꾸며 꿈에 부풀었습니다. 물론 그 팬들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제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순위 중 단 하나, 6위만 비어 있는데요.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kt 위즈와 NC 다이노스가 최후의 혈투를 벌이게 됐습니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KIA는 시즌 초반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외국인 선수 보강, 풍부한 타선,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까지 완벽해 보였죠. 시즌 초반에도 선두 경쟁을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여름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는데요.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 나성범과 김선빈의 장기 이탈이 치명적이었죠. 악재가 겹치면서 순위는 곤두박질쳤는데요. 결국, 25일 kt의 승리로 KIA의 트래직 넘버가 0으로 떨어지며 8위에서 시즌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 이듬해 8위로 추락한 건 30년 만의 기록이죠.

롯데의 상황도 충격적입니다. 사직구장의 가을은 또다시 열리지 못했죠. 롯데는 2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2대 7로 패하며 시즌 성적 66승 6무 70패를 기록했는데요. 이 패배로 롯데는 2018년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무산이라는 불명예를 썼습니다.
롯데의 가을야구 실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뼈아픈데요. 전반기 롯데는 3위로 반환점을 돌았고 승패 마진은 +13까지 벌어졌죠. 그러나 8월 초 12연패라는 악몽에 빠진 뒤 순위가 급락했습니다. 이후 반등은 없었고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6점대를 기록할 정도로 무너졌죠.
김태형 감독은 두산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 두 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팀 홈런이 리그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장타력 빈곤도 뚜렷했죠. 다음 시즌 외국인 타자 교체와 FA 시장 보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뒤따르는데요.

반대로 올 시즌 가장 빛나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화입니다. 한화는 현재 81승 3무 56패, 승률 0.591로 정규시즌 2위를 확정 지었는데요. 정규시즌 2위는 무려 1992년 이후 33년 만이죠. 플레이오프 직행 역시 2007년 이후 18년 만의 쾌거입니다.
신구장 터가 잘 맞은 걸까요? 꽉 막힌 운이 풀렸는데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팀 성적에 힘입어 올 시즌 내내 매진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4월 13일부터 6월 5일까지 24경기 연속 매진은 KBO 최장 기록으로 남았죠.
다만 한화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전반기 한화는 2위와 무려 5.5 게임 차 1위에 올랐는데요. 한화의 상승세를 미루어 볼 때 정규시즌 1위는 확정적으로 보였죠. 하지만 연패에 빠지며 LG에 1위를 내줬고 좀처럼 그 간격을 좁히지 못했는데요. 28일 경기가 마무리된 현재 아직 1, 2위 순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1위는 힘들어 보입니다.

3위 SSG 랜더스도 안정권에 올라섰고요. 삼성은 28일 키움을 꺾고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를 1만 남겼습니다. 삼성의 경우, 남은 2경기 중 단 1승만 보태거나 경쟁팀 NC가 1패만 해도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하는데요. 사실상 진출이 눈앞에 있는 셈입니다. 사실상 상위 4팀은 확정 분위기, 이제 남은 건 5위 싸움이죠.
매직넘버는 프로야구 순위 싸움에서 빠지지 않는 용어인데요. 우승과 목표를 위해 남은 승수를 뜻하죠. 쉽게 말해 우리 팀의 승리와 경쟁팀의 패배를 합쳤을 때 목표 달성까지 필요한 최소 숫자입니다.
현재 5위 kt의 포스트시즌 매직넘버는 3인데요. kt가 3승을 하거나 2승(NC 1패), 1승(NC 2패) 등 합계가 3이 되는 순간 5위가 확정되죠. 반대로 경쟁팀 NC는 이 숫자가 줄어들지 않도록 끝까지 승리해야 하는데요. 여기서도 경우의 수는 존재합니다. NC가 남은 4경기를 전승하면 최종 승률에서 kt를 앞설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kt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시나리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전승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경우라면 현재 1.5게임 차로 앞선 kt가 2승을 거두고 NC가 적어도 1패를 하는 상황을 기대해야 하죠.

KBO는 이미 포스트시즌 일정을 발표했는데요. 가을야구는 다음 달 5일 와일드카드 1차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립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최대 2경기, 모두 4위 팀 홈구장에서 열리는데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됩니다.
올해는 노게임이나 강우 콜드게임 없이 서스펜디드만 적용되는데요.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 그 시점부터 다음 날 이어 치릅니다. 연장전은 최대 15회까지 허용되며 무승부가 나올 경우 일정이 조정됩니다. 한국시리즈는 2-3-2 방식으로 편성돼 정규시즌 1위 팀이 1·2·6·7차전을 홈에서 치르죠.
KIA와 롯데가 무너진 자리에서 한화는 오랜 기다림 끝에 웃고 있는데요. 2023 시즌 우승자인 LG는 한국시리즈 직행을 눈앞에 뒀고 kt와 NC는 단 하나 남은 5위 티켓을 향해 치열한 막판 스퍼트를 벌입니다.

2025년 정규시즌은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남은 매직넘버와 트래직넘버는 곧 사라지고 다음 달 5일 와일드카드전 첫 플레이볼이 선언되는 순간 새로운 가을 드라마가 시작되죠.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야구 팬들은 마지막까지 심장을 부여잡을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