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국민 메신저였습니다. 업데이트 피드백이 이번 주 내내 한국 인터넷을 가득 채웠는데요. 다소 격한 단어와 별점 1점이 채운 그야말로 혼돈의 피드백이었죠. 그 영향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지만 “되돌려달라”는 요청으로 난감해졌습니다. 국민 메신저의 변신은 기대했던 새로움보다 낯선 피로감을 안겨준 모습이죠.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친구 탭’인데요. 이전에는 이름과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가 전화번호부처럼 일렬로 나열돼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피드형 화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친구의 프로필 사진과 배경, 게시물이 큼직하게 격자형으로 뜨고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된 사진과 글도 한눈에 보이게 됐는데요. 카카오는 “친구의 일상을 더 가까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습니다.
이어 세 번째 탭은 ‘지금’으로 개편됐는데요. 숏폼 영상과 오픈채팅을 모아 보여주는 구조죠. 여기에 메시지를 보낸 뒤 24시간 이내 수정할 수 있는 기능, 채팅방을 폴더로 분류하는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보이스톡에는 대화 내용을 요약해주는 AI 기능이 붙었고 앞으로는 카톡 대화창에서 곧바로 챗GPT와 대화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이 화려한 새 기능에도 불구 이용자 반응은 싸늘합니다. 무엇보다 메신저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친구 탭에선 업무용 연락처나 집주인 같은 지인들의 프로필 변동 내역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는 불만이 이어졌죠. 또 광고가 중간에 끼어들어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원치 않게 누르게 되는 구조라는 비판도 거세졌는데요. “업무용으로 쓰는 메신저에서 왜 낯선 사람의 사진까지 봐야 하느냐” “광고판이 된 카톡에 더는 피로하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죠.
카카오톡의 새 피드형 화면을 둘러싼 또 다른 불만은 ‘좋아요 알림’ 기능인데요. 일부 이용자들은 특정인의 프로필 사진을 확대해 보려다 두 번 이상 화면을 탭하면 상대방에게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전송된다고 지적했죠. 단순히 사진을 확인하려는 의도였음에도 ‘관심 표시’로 오해받아 사회적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공포감(?)까지 덮쳤는데요. 이에 온라인상에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끄기’, ‘카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 ‘구버전 되돌리기’, ‘카톡 업데이트 복구’ 같은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불만은 카카오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 달라. 시키는 대로 만들었을 뿐”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요.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반대했지만 묵살됐다”며 “이번 업데이트는 사실상 특정 인사의 작품”이라고 주장했죠. 일부 직원은 과로와 주 60시간 근무 문제, 내부 포렌식 압박까지 거론하며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전체적인 의견을 반영한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내부에서도 외부 못지않게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카카오가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뚜렷한 위기의식이 있는데요. 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은 꾸준히 줄고 있기 때문이었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5월 한 달 평균 1인당 사용 시간은 822분이었지만 올해 7월에는 709분까지 감소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이탈이 두드러졌는데요. 10대는 인스타그램 DM과 틱톡 메신저를 더 많이 쓰고 20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죠. 전화번호 기반의 무거운 관계망 속에서 직장 상사와 교수, 가족, 거래처가 모두 얽힌 카톡은 더는 사적인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는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카카오는 메신저와 SNS, AI 종합판이라는 해법을 꺼내 들었죠. 그러나 이번 선택은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영포티’ 같다는 비판을 불렀습니다. 영포티 뜻은 겉으로는 젊은 감각을 내세우지만, 현실과 유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젊은 감각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40대를 풍자하는 말이죠. 이번 카톡의 변화도 실제 Z세대가 원하는 자유로운 관계 맺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인데요. 젊은 층이 좋아할 줄 알고 인스타를 흉내 냈지만, 결국 더 낯설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용자들은 불편을 줄이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 나섰는데요. 가장 먼저 공유된 건 자동 업데이트 차단법이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을 선택한 뒤 우측 상단 메뉴에서 ‘자동 업데이트 사용 안 함’을 누르면 됩니다. 전체 앱을 막으려면 플레이스토어 설정에서 ‘앱 자동 업데이트’를 ‘하지 않음’으로 변경하면 되는데요. 아이폰 사용자는 설정 앱에서 App Store(앱 스토어) 항목을 눌러 자동 다운로드 중 ‘앱 업데이트’를 해제하면 되죠.
친구들에게 내 프로필 변경 내역이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입소문을 탔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설정에서 ‘친구에게만 게시물 공개’를 선택하거나, ‘프로필 업데이트 나만 보기’를 켜면 되죠. 이렇게 하면 친구 탭 피드에 내 사진과 배경 변경 기록이 노출되지 않는데요. 단체방 공유 게시물도 개별 설정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일부 기기에서는 구버전으로 되돌렸다는 후기까지 등장했는데요. 그야말로 되돌리기를 사용자가 직접 처리한 거죠. 방법이 쉽지는 않습니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다른 기기에서 카카오톡 앱 설치 파일을 추출해 본인 폰으로 옮겨 설치하는 방식인데요. 설치 전에는 반드시 대화 내용을 임시 백업해야 하고 사진과 영상은 별도로 저장해야 하죠. 파일을 설치할 때 보안 경고가 뜨지만, 일시적으로 해제해야 진행됩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공식적인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죠. 무엇보다 카카오가 강제 업데이트를 걸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요. 아이폰은 이런 방법조차 쉽지 않죠.
결국, 카카오톡은 메신저 본질 훼손과 확장의 공존 숙제를 떠안게 됐는데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능 논란을 넘어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카톡이 세대 공감에 실패한 현실을 보여주죠. 이용자들은 지금도 되돌리는 방법을 공유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용자 목소리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카카오는 ‘단순하고 편리한 메신저’를 원하는 사용자의 진짜 요구를 읽지 못한 셈이죠. 구버전 선택 기능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는 현재입니다. 카카오톡,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