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도 욕실도 입주자 마음대로"...삼성물산의 즉시 전력 ‘넥스트 홈’[르포]

래미안 아파트는 단순한 집이 아니라 입주민의 삶에 맞춘 특별한 공간으로 유기적인 진화를 거듭할 것입니다.(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

▲삼성물산 '넥스트 홈' 전경. (천상우 1000tkddn@)

2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있는 ‘넥스트 홈(Next Home)’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선보인 차세대 주거 플랫폼 ‘테스트 베드’ 공개 행사가 열렸다. 삼성물산이 구상하는 미래 주거 모델의 집약체가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시험하는 ‘래미안 고요안랩’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넥스트 홈은 연면적 554㎡, 지상 3층 규모로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모델로 꾸며졌다. 핵심은 가구 내부 기둥을 걷어내 개방성과 가변성을 극대화한 ‘넥스트 라멘’과 조립식 건식 자재로 공간을 채우는 ‘넥스트 인필’의 결합이다. 두 기술은 ‘골조(프레임)+인필(내부 구성)’이라는 원칙 위에서 거주자가 필요할 때 공간을 새로 짜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1인 가구형으로 꾸며진 3층 거실 모습. (천상우 1000tkddn@)

가장 먼저 관람한 3층은 1인 가구형이다.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벽이 거의 사라진 개방감이 눈에 들어왔다. 기둥을 외곽으로 밀어낸 라멘 구조 덕분에 거실은 탁 트여 있었고 천장에는 전기 설비 인프라가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양쪽에는 배관을 수용하는 통합 PD(Pipe &Duct) 공간이 마련돼 있어 침실 개수나 주방·욕실 같은 수공간까지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다. 공간 카메라, 조명 제어 시스템, AI 조명 등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고 공사 전 과정에 AI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2층은 같은 84㎡를 3인 가족형으로 구현해 넥스트 인필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인필은 △넥스트 플로어 △넥스트 배스 △넥스트 월 △넥스트 퍼니처 등 네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으며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특히 욕실 ‘넥스트 배스’는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현장 시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편차를 최소화했다. 이곳에는 공장 일체형(POD) 욕실이 전시돼 있었는데 기존 아파트 욕실과 달리 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고급 마감재 적용이 가능했다.

바닥 시스템 ‘넥스트 플로어’는 오피스 이중바닥과 일본형 건식바닥 장점을 결합한 구조다. 바닥 하부에 배관을 숨겨 수공간을 어디든 옮길 수 있고 불필요한 구간은 낮춰 최대 30㎝의 천장고를 확보했다. 현장에는 바닥 단차가 일부 적용돼 있어 실제로 천장 높이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건식 구조 특성상 난방 반응도 빨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유지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주거 혁신에 생활 불편 요소인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더한 것이 눈에 띄었다. 삼성물산은 이미 2022년 고중량 바닥 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모듈형 방식으로 충격음을 흡수해 시험 결과 경량·중량 충격음 모두 1등급을 확보한 바 있다.

▲3인 가구형으로 꾸며진 2층 거실 모습. (천상우 1000tkddn@)

‘넥스트 월’은 이동과 재배치가 가능한 모듈형 건식 벽체로 마감재 교체를 통해 다양한 인테리어 연출이 가능하다. ‘넥스트 퍼니처’는 옷장이나 장식장이 벽 역할을 하다가 필요할 때는 전동 모터로 가볍게 이동시켜 공간을 분리하거나 통합할 수 있다. 관계자가 리모컨을 작동하자 고정돼 있던 가구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공간이 순식간에 변했다.

아쉬운 점도 분명했다. 넥스트 퍼니처는 옷장이나 장식장처럼 비교적 가벼운 요소라 사용자가 직접 움직일 수 있었지만 바닥이나 욕실, 벽체 같은 핵심 인필은 전문가 시공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실제 입주자가 얼마나 자주 공간을 바꾸려 할지도 의문이다. 방 하나 옮기겠다고 전문 시공팀을 불러야 한다면 번거로움 때문에 시도 자체를 꺼릴 수 있다. 결국 기술적 가능성과는 별개로 얼마나 손쉽고 저렴하게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다.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이 '넥스트 홈' 비전에 대해 밝히고 있다. (천상우 1000tkddn@)

관람을 마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상용화 가능성과 현실적인 과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상무)은 “넥스트 라멘 구조는 물론, 넥스트 인필 역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렸다”며 특히 “라멘 구조는 5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에서 장점이 더욱 발휘되기 때문에 향후 수주 현장이 초고층 아파트라면 제안을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기술에 따른 원가 부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지금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대량 생산 체계가 마련되면 충분히 낮아질 것”이라며 “상상 이상으로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시공 비용 및 시간은 아직 산출하지 못했지만 리모델링보다 훨씬 간단하고 저렴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