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간호사의 퇴직을 부추기는 비정상적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노조는 9월 17일 1차 파업에 이어, 전날부터 2차 파업에 들어갔다. 약 1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해 △의사 성과급제 폐지 △주무부처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 △상종구조전환으로 감축된 187병상 원상회복 △인력 확충 등이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72호봉급’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병원은 5직급~6직급 체계(직급승진체계)와 근속 1년당 호봉이 상승하는 기본급 체계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박근혜 정부시기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정책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일방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단행돼 ‘9직급 72호봉급’ 체계로 변경됐다. 최고호봉에 도달하려면 무려 72년의 근속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노조는 비정상적인 임금체계가 근로자들의 근속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2025년 8월까지 16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의 간호사의 근무기간별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근속 5년 이상 퇴직자 비율은 28.6%로, 전체 평균 16.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환자가 몰리는 서울대병원의 특성을 고려하면, 숙련 간호사들의 퇴직은 타격이 크다. 서울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해, 중증 진료 비중을 기존 50%에서 7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병원 측은 9직급 체계가 5직급 체계보다 승진의 기회가 많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근로자 간 갈등의 소지가 많다며 반박했다. 노조 측은 “조기승진은 일부 선택받은 직원에게만 해당하며, 인사평가와 승진결과에 대한 불공정 쟁점이 발생해 오히려 동료들 간의 협업이 약화하는 등 전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처도 촉구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으로 감축된 187병상을 복구해, 중환자와 급성기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지치 않도록 하라는 요청이다. 또한 어린이병원의 무상의료 시범사업도 연내 선도적으로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채민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소아중환자실 간호사)은 “책임은 전적으로 김영태 병원장에게 있다”라며 “어린이부터 무상의료 실시, 공공병상 원복 등의 요구에 병원장은 ‘정부가 하면 따라가겠다’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라고 말했다.
이 교섭위원은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기재부 핑계만 대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라며 “지금의 인력 상황으로는 최소한의 간호만 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진정 ‘국가중앙병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