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개방성·신뢰 훼손'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연이은 비자 정책 강화에 이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란 외교관들의 쇼핑까지 제한하는 등 반(反)이민 기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외교관들이 미국 체류 중 코스트코 같은 도매형 회원제 매장을 이용하거나 고급 사치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피곳 대변인은 이어 "이란 대표단들은 유엔 본부에서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역으로만 이동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이란 대표단의 이동에 제약을 둔 바 있다.
미 국무부는 "뉴욕 주재 이란 외교관을 포함한 이란 수행원들이 미국 내에서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도매형 회원제 매장에서 회원 가입하고 물품을 구입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연방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시계, 가죽 및 실크 의류, 모피, 보석류, 향수, 전자제품, 술 등 1,000달러(약 140만원)가 넘는 고급품과 6만 달러(약 8,361만원) 이상 차량을 구매할 때도 허가가 필요하다.
피곳 대변인은 “이란 국민이 빈곤과 노후 인프라, 물과 전기 부족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란 정권의 성직자 엘리트들이 뉴욕에서 쇼핑을 즐기게 두지 않겠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미국인의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며, 미국은 이란 정권이 유엔 총회를 구실 삼아 뉴욕을 자유롭게 다니며 테러 의제를 확산시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란 정권 관리들이 유엔총회를 이용해 이란 국민이 얻을 수 없는 물품을 획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미국이 이란 국민과 함께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 80여 명의 팔레스타인 대표단 비자 발급을 취소해 유엔총회 참석을 막았다. 또 수단, 짐바브웨, 브라질 대표단에 대해서도 입국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일(현지 시간)에는 ‘전문직 취업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인당 1,000달러(약 140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 4,000만원)로 100배 증액한 바 있다. 또 다음날에는 미국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이스타) 수수료도 기존 21달러(약 3만원)에서 40달러(약 5만 6,000원)로 두 배 가까이 인상해, 비자 장벽이 급격히 강화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비자 및 국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지지층 결집과 강경한 대외 메시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개방성과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