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이 공연은 '포크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린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통기타가 사라졌나? 아니다. 통기타는 여전히 고유의 멜로디로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아이유, 권정열, 로이킴, 하현상 등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은 통기타 기반의 노래를 꾸준히 발표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영화계가 마주한 상황 역시 위 사례들과 유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극장은 오랜 세월 영화의 본령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극장이 곧 영화였고, 영화가 곧 극장이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스크린을 마주하는 것만이 영화예술 향유의 본질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오랜 기간 시네필들의 마음에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OTT가 일상화되면서 극장은 더 이상 예전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논란은 '영화의 영토' 측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이창동의 신작 '가능한 사랑'(가제)이다. 이 작품은 애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지원작으로 선정됐지만, 제작진은 이를 포기하고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는 더 유리한 제작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극장 흥행이 부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현행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극장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을 영화로 본다. 이에 따르면, '가능한 사랑'은 법률상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창동은 영화감독인가 아닌가.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소모적이다. 밥 딜런이 통기타를 잡았든 일렉기타를 잡았든, 그는 여전히 위대한 뮤지션이다. 그런 맥락에서 OTT의 부상 역시 극장과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영화는 늘 변화 속에서 살아남았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그럴 때마다 "영화의 순수성이 훼손됐다"는 탄식이 있었지만, 영화는 더 넓은 스펙트럼을 얻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앞선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전통과 신기술의 충돌은 결국 새로운 예술이 태어나는 출발점이었다. 현재 극장이 겪는 위기 역시 또 다른 예술적 도약을 예고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극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송석주 기자 ss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