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필수 디바이스 겨냥

“스마트폰처럼 집집마다 로봇이 놓이는 시대가 온다.”
삼성이 로봇 스타트업 다이나(Dyna)에 투자를 단행하며 내세운 메시지다. 단순히 한 신생 기업을 키우는 차원이 아니라, 차세대 생활 필수 디바이스로 범용 로봇을 점찍었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읽힌다.
23일 삼성전자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우리는 가정용 다목적 로봇이 스마트폰처럼 보편화되는 미래를 예측한다"며 다이나에 투자한 배경을 공개했다. 이는 로봇이 단순 제품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연결되는 생활 필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삼성의 장기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삼성넥스트는 최근 미국 로봇 스타트업 다이나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합류했다. 투자금은 총 1억2000만 달러(약 1650억 원) 규모다.
다이나는 2024년 린든 가오와 제이슨 마가 설립한 로봇 기업이다. 창업 1년 만에 범용 로봇 토대 모델 ‘DYNA-1’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24시간 무중단 작동에서 99%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단순한 실험실 시연이 아니라 실제 식당·세탁소·헬스장·호텔 등 복잡한 환경에서 냅킨 접기, 컵 포장, 음식 분량 나누기, 장시간 서빙 등 실제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추가 학습 없이도 새로운 환경에서 곧바로 작동하는 ‘일반화’ 능력이 돋보인다. 이는 보상모델 기반 제어 시스템, 실시간 불확실성 예측, 지속적 자기학습(self-play) 구조를 결합한 자체 기술 덕분이다. 로봇은 매일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모델은 밤새 업데이트돼 전체 로봇 군집이 동시에 발전하는 방식이다.
삼성넥스트는 “가정 내 다목적 로봇이 스마트폰처럼 흔해지기 위해서는 사람과 뒤섞인 복잡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다이나가 이미 상업 현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자들의 이력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창업자 중 한 명인 린든는 매장 무인결제 스타트업 ‘케이퍼AI’를 창업해 인스타카트에 3억5000만 달러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또 다른 창업자 제이슨은 딥마인드와 엔비디아에서 수년간 로보틱스 연구를 이끌었다.
투자업계에서는 다이나의 모델이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제작한 저가 로봇팔까지 확보해 ‘소프트웨어 수준의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향후 로봇 산업의 원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일상에 보급되는 범용 로봇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넥스트 니코 치미넬리는 “다이나는 기술적 돌파구와 상업적 실적을 동시에 입증한 보기 드문 사례”라며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GI)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삼성이 범용 로봇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스마트폰 이후 ‘다음 생활 필수 디바이스’ 발굴이라는 전략이 깔려 있다. 삼성은 TV·스마트폰·가전으로 대표되는 ‘홈 디바이스’ 영역을 주도해왔지만, AI·클라우드·센서·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맞물려 로봇이 새로운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은 꾸준히 스타트업 투자와 제품 개발에 매진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산업·서비스 로봇 역량을 직접 품에 안았다. 이를 통해 로봇 하드웨어·제어 기술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AI·센서와 연계한 ‘차세대 로봇 플랫폼’을 준비해왔다.
삼성넥스트 역시 에이딘로보틱스 등 여러 로봇 기업에 투자하며 기술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국내 스타트업인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봇의 손과 발에 장착돼 사람의 촉각과 유사한 감각 기능을 구현하는 각종 휴머노이드 센서 개발 업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AI 집사로봇 '볼리'와 헬스케어 로봇 '봇핏' 등을 선보이며 시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로봇을 단순 가전 제품이 아니라 AI 플랫폼과 연결되는 차세대 허브 디바이스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