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대규모 청년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주력 사업도, 경영 상황도 제각각인 기업들이 대규모로 사람 뽑겠다고 나서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읽힌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중요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기업의 채용 규모 확대는 미래 성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불확실성이 높고 경기가 불안정할 때는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고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규모 채용 발표는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재편의 여파로 위축되었던 고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기업들은 단순 반복 노동력보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단위의 전 직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섰다. AI 기술을 일상에서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여기는, 이른바 ‘AI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인재 확보전이다. 조직의 뿌리부터 AI로 갈아엎어 ‘AI 중심 플랫폼 기업’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며 성장 둔화 우려를 낳았다. 크고 작은 사법 리스크와 경영 쇄신 요구에 직면했던 터라, 과거의 논란을 딛고 다시금 미래를 향한 혁신과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도 분석된다. 외부의 신선한 시각과 젊은 에너지를 수혈해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더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결심이다.
이미 AI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대규모 채용을 통해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선두 그룹에 합류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신입 채용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장기적인 투자다. 카카오가 500억 원을 들여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함께 지역 AI 거점을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사회에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AI 인재 성장주기를 아우르는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해 수도권에 집중됐던 AI 인재·자원을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AI 거점을 글로벌 AI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실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존감 하락, 무력감, 사회적 고립감을 겪게 된다. 이는 결혼과 출산 같은 생애 주기를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들어 인구 감소를 더욱 부추긴다. 또한, 어렵게 취업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간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공정한 출발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키워 계층 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대규모 채용은 기업의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년 실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약화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청년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기여 형태다. 이번 채용 발표가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청년 고용에 관한 관심과 노력이 확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