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세정책 일관성’이 증시 신뢰 지름길이다

입력 2025-09-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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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요즘 증시는 올라도 불안하고 내려도 불안하다. 정부와 국회에서 조세정책을 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하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는 기업의 실적이나 혁신 역량보다 외부 충격에 더 크게 흔들리고, 자금은 생산적 투자 대신 부동산으로 흘러간다. 해방 이후 부동산 중심으로 굳어진 자산 구조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 가운데, 고령화와 저출산은 연금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였다. 명분은 종목당 10억 원 이상의 대주주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 형평성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증시 계엄령’으로 받아들였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주식을 쏟아냈고, 증시는 크게 요동쳤다.

물론 정부가 내세우는 조세 형평성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상위 1% 투자자가 전체 지분의 60%를, 상위 0.02%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사실상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소수의 투자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들에게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특별한 논리적 정당화가 필요 없는,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세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 완화를 통해 연간 1500억 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단순한 재정 보충을 넘어, 세금 체계가 소득과 자산 규모에 따라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정부가 요건 완화를 강조할 때마다 증시는 흔들렸고, 개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을 쏟아내며 불안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증시 계엄령’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래의 세수는 늘지 몰라도 현재의 신뢰는 줄어든 셈이다. 신뢰를 잃은 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마저 약화될 위험이 크다. 결국 자본시장은 기대 심리로 움직인다. 정책이 아무리 선의로 추진된다고 해도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세금은 다시 거둘 수 있어도, 한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항상 그렇지만 해결 방안은 균형을 찾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되, 시장 안정과 신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둘째,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주식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장기 투자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금융투자소득세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대주주 요건은 과감히 강화하고, 대신 장기 보유에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장기 투자한 대주주는 꿩먹고 알먹기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시사하는 것이 많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자본이득에 대해 비교적 높은 세율을 적용하지만, 장기 보유에는 세제상 혜택을 주어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투기적 매매를 억제한다. 특히 거래비용을 높임으로써 단기적 투기거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세법 변경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보장된다. 우리나라처럼 오늘 강화하고 내일 철회하는 식으로는 투자자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 세법 개정이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는 현실 역시 문제다. 조세 정책은 정권의 이해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결국 답은 신뢰와 일관성이다. 세금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법이지만,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게 부과된다면 자본시장은 적응한다. 반대로 일관성을 잃으면 어떤 명분도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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