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홍보사 로저스&코완 PMK의 신디 버거 CEO는 “레드포드가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으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6년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19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의 ‘선댄스 키드’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스팅, 대통령의 사람들, 아웃 오브 아프리카, 흐르는 강물처럼 등 숱한 명작에 출연하며 1970~8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연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감독 데뷔작 ‘보통 사람들(1980)’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고 이후 퀴즈쇼, 흐르는 강물처럼 등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에는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 2016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레드포드는 독립영화계의 큰 어른이기도 했다. 1981년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해 전 세계 신예 영화인들의 등용문을 열었다. 이 영화제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사회운동가로서도 왕성히 활동했다. 30여 년간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고, 인권과 예술 접근성 확대에도 힘썼다. CNN은 그를 두고 “할리우드 톱스타였지만 소중히 여기는 대의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 평가했다.
동료 배우와 영화계 인사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제인 폰다는 “그는 내게 큰 의미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밝혔고, 메릴 스트리프는 “사자 중 하나가 떠났다”며 슬픔을 전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는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인 최고의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의 헌신은 세대를 넘어 지속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소니픽처스 톰 로스먼 회장은 “그의 헌신이 없었다면 미국 영화의 스펙트럼은 훨씬 좁았을 것”이라고 했으며, 선댄스연구소는 “그의 비전이 예술가들에게 세대를 초월한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그는 진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고 애도했다.
레드포드는 2018년 은퇴작 더 올드 맨 앤 더 건을 끝으로 배우 인생을 마무리했으나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깜짝 출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