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뉴노멀 된 ‘한미 금리역전’ 국외충격 대비를

입력 2025-09-1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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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환율불안 금융위기 때와 비슷해
재정적자 커져 정부대응력 한계
금융 건전성·성장 잠재력 높여야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은 듯하다. 2022년 7월(8월 제외)부터 시작된 역전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그 기간이 종전보다 더 길고 역전폭도 1.5%포인트 내외로 더 큰 편이며, 한국의 미국 대비 낮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고착으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역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례없이 크고 긴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은행과 정부는 외화자금 수급을 비교적 잘 관리해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전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월평균) 추이를 보면, 2022년 3월 1200원, 7월 1300원을 돌파하였고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본격화된 10월에는 1425.8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상승하였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1300원대를 유지하였는데, 2024년 12월부터 5개월간 1400원대에 머물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1200원대에서 4개월, 1300원대에서 4개월, 1400원대에서 3개월 머물다가 1100원대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환율은 위기 때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환율 불안은 물가상승, 외화부채 부담 증가는 물론, 국외충격 발생 시 외화자금 급속 유출 등을 초래해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높인다.

최근 미국 경제는 취업자수 증가폭 축소 등으로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물가는 상호관세 도입 등으로 충분히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RB)가 정책금리를 9월 중 인하하기 시작해 내년까지 75∼150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미 정책금리가 점진적으로 인하되면서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에 대체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으며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이다. 수입물가가 낮아지고 기업·가계의 원화·외화자금 조달 비용 절감, 나아가 투자와 소비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하게 미국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또는 경기가 급속히 악화될 때다. 현재 미국 및 글로벌 경제는 장기간 고금리 여파로 인한 주가 급락 또는 금융 사고 발생,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유럽의 재정 불안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위험이 돌출될 경우, 국내 외화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수출·투자가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이를 부추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가 여러 가지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통상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높은 수출입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못하다. 과다한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금융시스템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글로벌 수요 약화 시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 가속되는 저출산·고령화 및 부채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부진이 심화되고 있으며, 국내투자도 투자기회의 부족 및 주요기업 투자의 미국 유출로 상당기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책당국의 국외충격 관리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및 환율 불안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가운데 재정수지 적자 과다로 정부의 지출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점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요컨대, 국외충격에 대한 경제 취약성은 높은 반면 정부의 대응능력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충격 극복이 어려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국외상황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선, 국외충격을 신속히 파악해 초기에 국내파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시장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개입의 기준(예: 환율의 일일변동폭 2%, 주간 변동폭 5% 초과 시) 제시 등을 통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축소 및 유동 외화자산 확충, 중소기업을 위한 환위험 헤지상품 보급 등이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 확충, 가계부채 축소 및 부동산가격 안정, 주식시장 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등으로 금융 건전성을 높이고 혁신 증진 및 수출경쟁력 향상, 인공지능(AI) 기반 제2의 디지털벤처 붐 조성 등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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