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무보유확약(락업) 규제 강화로 기관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에 제약이 커지자 증권사들이 다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직상장 공모와 달리 스팩은 의무보유확약에서 자유로운 만큼 합병을 통한 투자 수요는 투자자들의 대안 통로로 부상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에서는 배정 물량의 3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물량으로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관사는 공모 물량의 1%, 최대 30억 원까지 인수해 6개월 간 보유해야 한다. 내년부터 의무보유 비율이 40%로 상향돼 직상장 부담은 더 커진다.
올해 들어 증시에 신규 상장한 스팩은 9건에 그쳤다. 2, 4, 6월과 이달에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예년 연간 30~40건이 꾸준히 상장됐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이러한 의무보유 확약을 피하기 위해 스팩 상장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20곳 이상의 스팩 기업이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은 합병 후 상장 첫날부터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규제 부담이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락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직상장 공모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스팩이 기관 수요를 끌어모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규제가 더 강화되면 스팩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스팩이 공모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2022년 대형 스팩들이 잇따라 등장했으나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 수순을 밟은 사례가 잇따랐다. 하나금융25호스팩처럼 대규모 자금을 모았던 곳조차 합병 실패로 청산됐다. 일부 신규 스팩은 상장 첫날 급등락하며 단타 매매 수단으로 소비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도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IB 간담회에서 △스팩 설립 건수 △합병 성공·실패 실적 △합병 후 주가 추이 등을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스팩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