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 요구 따를 것...6개월 임기 지키겠다”

네팔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전 여성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취임해 국정에 착수하면서 일단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폭력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72명으로 늘어났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실라 카르키 임시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시위대의 부패 종식 요구를 따르고 6개월로 정해진 임기를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네팔 당국은 현재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등 일상 회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카르키 총리는 이날 수도 카트만두의 총리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정부 회의를 했다. 시위로 인한 사망자들을 위해 1분간의 묵념 뒤 회의를 시작한 그는 “우리 모두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뭉쳐야 한다”면서 사태 진정과 국정 정상화 노력을 다짐했다.
또 “Z세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집단이 요구하는 것은 부패 종식, 좋은 통치와 경제적 평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6개월 임기를 꼭 지킨 뒤 차기 의회와 장관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
카르키 총리는 사망한 시위대 유족에게는 각각 100만 루피(약 987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부상자들을 돌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네팔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 사망자가 기존 51명에서 72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최소 211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명단에 경찰관 3명도 포함됐으며, 시위로 혼란한 틈을 타 교도소에서 탈옥한 수감자들이 군경과 충돌해 숨지기도 했다. 탈출한 수감자 1만2500여 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번 시위는 5일 네팔 정부가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유튜브 등 26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을 차단하자 이에 반발한 청년들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발전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가담해 시위가 카트만두 외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8일부터는 경찰이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을 하면서 사상자가 늘고 시위대도 대통령과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이 더 악화했다. 이로 인해 샤르마 올리 총리가 9일 사임하고 총리 관저를 떠났으며,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12일 카르키 총리의 취임 후 13일 마트만두 등지에서는 시위가 중단되고 평온을 되찾았고, 네팔 정부도 카트만두와 주변 지역의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카르키 총리는 람 찬드라 포우델 네팔 대통령에 의해 임시 총리로 임명됐다.
카르키 총리는 2016년 7월부터 약 1년간 여성 첫 대법원장을 맡아 강단 있는 판결과 부패에 강경히 맞서는 입장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 카르키 총리는 포우델 대통령과 아쇼크 라즈 시그델 육군 참모총장, 시위 지도자들 사이 이틀 동안의 협상을 거쳐 선임됐다.
카르키 총리가 임명된 배경에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시민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이 카르키 총리를 추천, 대통령과 육군 참모총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미 네팔은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메신저 디스코드로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포우델 대통령은 카르키 총리의 권고에 따라 하원을 해산하고 내년 3월 5일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