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尹정부 물관리위 결정, '文정부 시절 원복' 약속해야"
환경부 "행정절차 필요…상황변화 포함해 공동기구서 논의해야"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 상류 인근에서 500일간 농성을 이어가던 환경단체가 환경부와 사전 합의한 농성 종료 직전 돌연 입장을 바꿔 농성을 이어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해당 환경단체가 농성 종료 전제조건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 처리 방안 폐기 등을 환경부가 수용하지 않고 공론화를 통한 해결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전 정부 때 절차를 거쳐 처리된 사안인 만큼 내용상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도 그간 상황변화 등을 고려한 공식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정부와 환경단체간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11일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교각 아래서 500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철거시민행동(시민행동)의 천막 농성장을 찾아 △세종보 재가동 중단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방안 마련 등을 약속했지만 이 단체는 이에 반발하며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이 단체와 사전 협의를 통해 김 장관의 이같은 약속에 농성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고 환경부 출입기자단에 관련 보도자료까지 미리 배포했지만, 당일 결론이 뒤바뀐 것이다.
앞서 해당 단체는 농성 종결 조건으로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지 않겠다는 환경부 장관의 공개 약속 △윤석열 정부 시기 진행된 물관리위 의결 및 감사 결과 폐기 선언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윤 정부 때 진행된 물관리위 의결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시기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한 것을 의미한다. 감사 결과란 문 정부 때 이러한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원 발표다.
10일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김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이 단체가 500일 만에 농성을 접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단체들도 그럴 계획이었지만 김 장관이 당일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 해당 단체 주장이다. 김 장관이 현장에서 윤 정부 물관리위 의결 원상회복에 대해 "전 정부 결론을 번복하기 어렵다", "문 정부 첫 결정 그대로 돌아가긴 어렵다",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장관은 '그것도 역사'라며 '절차가 있는데 무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건 김 장관이 말해 온 기조와 다르다"며 "공론화는 다시 처음부터 논의한다는 취지인데 그 공전을 다시 4~5년 반복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가 아니라 문 정부 기조를 이어서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겠다는 것을 알려주면 (우리가) 반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 정부가 졸속으로 한 결정은 틀렸고, 문 정부 때 결정을 이어서 가져가겠다는 (장관의) 약속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민행동은 김 장관과의 11일 면담 이후 성명서를 통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4대강 재자연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진전된 결과물이 졸속으로 취소 변경된 것을 단절하지 못하고 4대강 재자원화에 대한 의지가 미비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윤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백지화 '즉각 폐기'는 사전에 해당 단체와 약속한 적도 없고 현실적으로 약속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세종보 개방 유지 등을 조건으로 농성을 해제하기로 사전 합의했지만 갑자기 현장 상황이 돌변했다"면서 "이분들의 요구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라 받을 수가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정부 물관리위 의결 이후 벌써 4~5년이 지났으니 보 별로 다시 협의체를 만들어 상황 변화 체크도 하고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인데 당장 전 정부 결정 사안 폐기를 어떻게 약속하나"라며 "우리가 환경단체도 아니고 공무원이 정권 바뀌었다고 '바로 폐기', 이런 식으로 일을 하진 않는다. 농성 풀고 제도권에서 같이 논의하도록 명분을 주는 자리였는데 판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내에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번 '대형사고'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정도 선이면 농성을 풀겠다는 환경단체 의사를 확인한 후 장관이 간 것인데 예상치 못한 폭탄이 터진 것이다. 김 장관도 황당했을 것"이라며 "환경부에 오래 근무한 분들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다만 환경부는 해당 단체를 포함해 지역주민, 환경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공동기구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일로 장관의 세종보 재방문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환경부는 당분간 실무선에서 이 단체와 물밑 소통하며 농성 해제를 위한 설득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