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잠겨도 국기는 펄럭인다…‘영토 없는 국가’라는 뉴노멀 [기후가 삼킨 나라들, 경제영토 사수 총력전 ②]

입력 2025-09-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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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9-11 18:0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태평양 섬나라 18개국 ‘해수면 올라도 해양 경계 고정’ 선언
영토 줄고 기선 바뀌면서 경제적 권리 침해된 탓
물에 잠기는 투발루, 아예 가상국가 추진 중
국제법위원회 “해수면 상승으로 기존 해양 경계 재설정해선 안 돼”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개된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무장관 연설 장면. ( 출처 코페 유튜브 캡처)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개된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무장관 연설 장면. ( 출처 코페 유튜브 캡처)
국제법상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그러나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은 이 요소들을 충족하지 못한 채 국가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영토가 물에 잠기면서다.

2021년 태평양 섬나라 18개국 정상들은 ‘해수면이 올라가도 해양 경계와 주권은 고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을 채택했다. 18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결과로 해양 구역의 선과 경계를 재검토하고 바꿀 의사가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선언의 핵심은 섬이 사라져도 바다 위에 그은 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양 수역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른 기선으로 구분된다. 기선은 각국 해안의 저조선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섬의 크기가 줄고 형태가 바뀌면서 영해 범위도 좁아졌고 심지어 섬이 아예 사라져 기선 자체가 무의미해질 위험에 놓이자 각국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바다 경계가 고정되면 수백 해리 너머까지 이어지는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자원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영토가 아닌 바다를 지키겠다는 건 기후변화에 맞선 이들의 전략적 결정이었다.

그리피스아시아연구소의 웨슬리 모건 박사는 “태평양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한동안 국제적 논의를 주도해 왔다”며 “기후위기로 해안 지형이 침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안 지형으로부터의 거리가 아닌 GPS 좌표를 이용해 해상 경계를 설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호주와 하와이 중간 지점에 있는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아예 한 발 더 나가 ‘가상국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수면이 상승해 영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행정과 문화 기록을 모두 디지털로 변환한 가상국가를 만들려는 것이다.

9개 섬으로 이뤄진 투발루에는 1만 명 넘는 국민이 살고 있다. 해수면은 점점 오르고 있고 영토는 잠겨가는 중이다. 영토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바다 염수가 식수로 침투하고 열대성 폭풍이 주거지를 파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투발루의 문제가 전 세계에 알려진 건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다. 당시 회의에선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무장관이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곳에서 연설하는 영상이 공개돼 회원국들에 충격을 줬다. 코페 장관은 “우리 영토가 사라질 실질적인 위험에 직면한 만큼 세계 최초의 디지털 국가를 세우는 것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땅이 사라져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법률적 검토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국제법위원회(ILC)는 4월 28일부터 5월 30일까지 개최한 제76차 회의 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수면 상승 문제를 명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해양법과 국가성,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있는 주민 보호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국제법을 검토했다. 그 결과 해수면 상승으로 기존 해양 경계를 해체하거나 재설정해선 안 되며 인도적 관점에서 기후 난민의 권리 확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욕대의 브라이스 루딕 국제환경법 교수는 “소규모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국제법 문제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만, 이제 기후변화와 해양 훼손 문제와 관련해 점점 더 법률적 진전을 이끄는 전면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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