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정 기조의 무게추를 ‘회복’에서 ‘성장’으로 본격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밭에 씨를 뿌려야 한다. 뿌릴 씨앗이 없으면 씨앗 값을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한다”며 성장을 뒷받침할 확장 재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단 한두 번의 대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수요·공급 양면의 지속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이어진 내수 침체로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우리 경제에 긴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다"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의 배경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31조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구폰을 지급하는 등 내수부양에 힘을 쏟았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신속한 추경과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7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경기지표도 상승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정부는 적자 국채를 100조 원 이상 발행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100조 원을 투자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연구개발 등 생산적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며 "이게 씨앗 역할을 해서 그것(부채)보다 몇 배의 국민소득, (국내) 총생산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밭에 씨를 뿌려야 하는데 씨앗이 없으면 씨앗 값을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된다며 "가을에 훨씬 더 많은 수확을 거둬서 가뿐하게 갚으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가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가부채가 1000조 원이 넘었다며 국민께서 많이 걱정하지만, 사실 국채 규모 절대액은 중요하지 않다"며 "재산이 100만 원밖에 없는데 3000만 원을 빚졌다면 큰일이지만, 절대액으로 얘기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100조 원 가까이 국채를 발행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가 약간 넘는데, 다른 나라들의 경우 대개 100%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도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 정부가 장부에 없는 빚을 진 게 80조∼90조 원쯤 된다. 돈이 없으면 장부에 쓰고 써야 할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전 정부가) 여기저기 기금 것을 박박 긁어 쓰는 바람에 기금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위험해지고, 장부상 국가부채 비율은 늘어나지 않은 척했지만 실제로는 아주 악성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첨단 산업이나 일상 경제 분야로 이동시키는 '금융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며 "그 비중이 크다 보니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해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연착륙을 통한 방향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초과수요 또는 투기수요를 통제해야 하고 공급도 실효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 한 번, 두 번의 대책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인다"며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수요 측면, 공급 측면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대책) 강도나 횟수 등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정책이나 수요 정책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